2002년 10월3일은 단기 4335년을 맞는 개천절이었다. 한민족의 시조가 되는 단군왕검이 대-한민국을 건립한 날을 기념하는 개천절이 오면 한국은 물론 해외공관에서는 매년 각종 축하 행사들이 열려왔다.
하와이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호놀룰루총영사관은 개천절에 즈음해 공관 또는 시내 호텔등지에서 한인사회 단체장들과 주류사회 각계인사들을 초청해 5천여년의 한국역사가 시작된 날을 기념하는 한-하와이 친선 문화교류의 장이 마련되어 왔었다.
하와이 한인동포들은 ‘삼일절’과 ‘광복절’기념식은 동포사회가 주도한다면 ‘개천절’ 기념식은 공관이 주관하는 그 비중이 만만치 않은 주요 외교행사라고 인식해 왔었다.
그러나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하와이 한인사회 어느곳에서도 조국의 역사가 시작된 날을 기리는 개천절 기념식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이 조용하게 지나갔다.
호놀룰루총영사관 역시 개천절 기념식에 대한 언급은 일체없고 예년에 없었던 국군의 날 기념식이 지난 1일 시내 모처에서 대외적으로 거행되었다.
2003년 한인이민100주년을 맞아 하와이를 비롯한 전미주 한인사회는 이민선조들의 역사적 뿌리찾기 작업을 시작으로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역사를 주류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한 각종 사업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싯점에 이민100년 역사의 근원지인 이곳 하와이에서 5천여년의 역사를 가진 조국 대한민국 설립일을 축하하는 행사가 한국공관과 동포사회 무관심속에 지나쳤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11월5일 본선을 앞두고 하와이 정가가 후끈 달아있는 요즈음 하와이 한국공관이 주최하는 개천절기념식장은 주류사회 인사들과 한인동포들이 함께 모여 서로간의 정치적인 이해를 도출함은 물론 내년 이민100년을 맞는 한인사회에 대한 주류사회 관심과 지원을 다시한번 당부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외교의 장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단기 4335년 개천절 행사 실종에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영사관측은 "아마도 예산상의 문제로 국군의 날 행사와 겸사겸사 치루어진 것 같다"는 답변을 전해 주었다.
하와이가 대한민국 국가안보에 차지하는 지리적 중요성과 2003년 한국전 종전53주년을 앞두고 이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국군의 날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나라없는 국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 아닐까...
기자는 문득 지난 1996년 주호놀룰루총영사관이 주최했던 단기 4328년 개천절 행사의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개천절 행사에 초대되어 간 한인동포들은 태극기와 애국가는 사라지고 미군 군기인듯한 깃발이 휘날리는 국적없는 행사장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했었다. 올해는 그러한 혼돈을 없애기 위해서인지 아예 국군의 날 기념식만이 대외적으로 거행되며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주호놀룰루총영사관의 주요 외교행사는 개천절이 아닌 국군의 날 행사임을 동포사회와 주류사회에 널리 알렸다.
이민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하와이는 한인들의 주류사회 진출은 물론 한국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과 보급이 해외 어느지역보다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다. 이런 지역에서 시대 역행적으로 불고있는 강력한 ‘병풍’에 뜻있는 한인동포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신수경기자(취재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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