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 0%대 잠재성장률 추락 위기 방어
▶ 국민연금 고갈시점도 5년 늦춰줘
▶ 출산·이민대책 비해 즉각적 효과
▶ 단순 노동력만 대체땐 효율 저하
▶ 산업 혁신·인력 재배치 병행돼야
인공지능(AI) 도입으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면 향후 20년 동안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0.4%포인트 상승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제출한 ‘인구구조 변화가 실물경제 및 재정지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의 AI 도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AI 도입 이후 청년층(25~45세)의 노동생산성만 10% 증가하는 경우(시나리오1)와 전 연령대가 7% 늘어나는 경우(시나리오2), 청년층 10%, 중장년 5%로 차등 증가하는 경우(시나리오3)를 각각 가정했다. 에릭 브리뇰프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등의 연구에서 AI 도입 시 평균 노동생산성이 14% 제고된다는 추정치를 한국 고용률을 반영해 보정한 수치다. 생산성은 2030년과 2035년 두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가한다고 전제했다.
분석 결과 향후 20년간 연평균 GDP 성장률은 AI 미도입 기본 시나리오(1.21%) 대비 △시나리오1 1.51% △시나리오2 1.58% △시나리오3 1.63%로 0.3~0.4%포인트 높아졌다. 보고서는 “AI 도입에 따른 노동생산성의 증가는 효율노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본의 한계생산성을 높여서 투자를 늘리고 총자본의 성장률을 제고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 0% 내외로 추락하고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전환도 가능하다는 기존 전망을 고려할 때 AI를 통한 GDP 성장률의 추가 상승이 한국 경제의 역성장을 막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 제고는 연금재정 안정으로도 이어졌다. AI 미도입 시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은 기본 시나리오(2062년) 대비 △시나리오1 2065년 △시나리오2·3 2067년으로 각각 3년, 5년 늦춰졌다. 기금 고갈 지연에 따라 2070년 사회보장 이자 부담도 시나리오3 기준으로 GDP 대비 1.48%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높은 경제성장률은 연금 수입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이러한 연금 수입 증가가 국민연금의 잔액이 충분한 향후 20년 내에 집중된다는 점도 재정 안정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김평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 효과를 총요소생산성(TFP)이 아닌 노동생산성 상승으로만 한정해 모형화했는데도 단기적으로 뚜렷한 성장률 견인과 재정 완충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AI 도입과 달리 출산율 제고나 이민 확대는 단기 성과를 내는 데 제한적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출산율의 경우 고위·저위 추계 시나리오에 따른 GDP 격차는 2050년 0.06%포인트에 불과하다가 2070년에서야 0.77%포인트까지 확대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출산율 반등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기는 하나 태어난 아이가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돼 실질적인 세입 기반 확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긴 물리적 시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민 확대 역시 경제 전체 규모는 키우지만 1인당 GDP 제고 효과가 미미했고 연금 고갈 연장도 2년에 그쳤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시간 축에 따른 ‘정책 패키지’ 구성을 근본 해법으로 제시했다. 단기에는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 지출 증가세를 관리하고 중기에는 AI 도입과 이민 확대로 성장·세입 기반을 보강하며 장기에는 출산율 반등 정책으로 인구 감소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3단계 접근이다.
다만 노동시장 충격에 대한 대비는 남은 과제다. 보고서도 “AI가 산업 전반의 혁신보다 주로 노동력을 대체하는 방식으로만 작동할 경우 경제적 긍정 효과는 작아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근로자 27%가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AI 도입과 함께 취약 계층의 노동시장 퇴출을 막기 위한 정교한 인력 재배치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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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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