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어떤 간 큰사람이 275억원이라는 거금을 도박에 썼다는 뉴스에 그저 아연할 뿐이다.
제 돈을 갖고 합법적인 장소에서 도박을 한데 대해 누가 시비를 걸겠느냐마는 얼마 전 어떤 분이 평생을 근검 절약하여 모은 돈을 자식들에게는 집 한 채씩만 마련해 주고 모두 사회에 기증한 미담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국사회의 저변에 흐르는 선과 악의 두 줄기를 상징적으로 보는 듯 하였다.
월드컵 경기동안 한국민들이 모두 붉은 악마가 되어 수준 높은 응원전을 펼치고 꽁초 하나도 깨끗이 청소한 투철한 시민정신에는 민족적 긍지를 느꼈는데 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모래 속에 파묻는 못된 짓을 보고는 어느 것이 한국인의 진짜 모습인지 헷갈 렸다.
집단적 행동에는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고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이기적인 한국인의 두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세번에 걸쳐 본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는 한국의 소위 지도층 인사들의 위선과 이중성의 치부를 보는 듯 하였다.
국민경선을 통해 대통령후보를 선출한 민주당이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하락한다는 이유로 그의 후보직 사퇴를 강요하는 당 내분은 민주정치의 본질과 정당정치의 원칙을 송두리째 뒤엎고 있다. 그들이 가진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지극히 편의주의적이어서 한심스럽기만 하다.
정치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으니 한국사회는 불법과 부정이 기본이 되고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각종 범죄가 사회전반에 걸쳐 만연하고 있다. 똑똑하고 정의롭던 세대도 정치에 빠져들고서는 지성과 이성을 상실하고 당리당략과 지역정서의 논리에 따라 못난 감정정치를 하고 있다.
지금 한국은 정치계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 걸쳐 선악, 노사, 빈부, 보혁, 동서 등 상반된 개념의 집단이 적대관계를 형성하면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이 정체되거나 함몰되지 않는 것은 기업과 국민들이 돈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두 적대 집단이 작용과 반작용의 역학관계를 반복하면서도 역동적인 에너지를 생산하는 불가사의한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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