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여행을 떠났다. 인생이 ‘여로’라고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잊고 지내다가 여행을 떠나보면 만감이 오가면서 그 말이 떠오른다. 지나가는 차창 밖의 나무, 강, 산, 짐승들을 보면 누구나 우리는 나그네인 것을 느낄 수 있다.
여행 3일째 아침 창문을 여니 큰 곰 한 마리가 창문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 전날 저녁에는 밤에 도착해서 보지를 못했는데. 짐을 챙겨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 갔다.
먼저 식당에 와 있던 여행객들이 TV를 보느라 정신들이 없는 것 같다. 남편과 나도 커피와 빵 한 조각을 들고 TV가 잘 보이는 한쪽 모서리에 앉았다. 9.11 1주년 기념 방송이었다.
심장이 잠깐 움찔하는 것 같았다. 꼭 일년 전의 그 아침을 생각해 본다. 어떻게 이렇게 잘도 잊어먹고 사는 사람이 됐는가. 그래, 망각이 없다면 어떻게 우리 인간들이 살 수가 있을까. 망각, 잊어버림은 하나님이 우리 인간들에게 주신 참 축복인 것을 생각해 보며 좀 더 겸손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잠깐 기도하고 가자”며 가이드가 작은 교회당으로 인도해 주었다. 그의 생각 깊은 인도에 고마움을 느낀다. 어려운 중에도 영혼을 위한 감사 기도와 축복의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그곳 자그마한 교회 안에서 바라다 보이는 그랜드 티톤의 정상의 모습. 그 누구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했는가. 살아서 할 수 있는 이런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9.11 테러는 무엇이며 또다른 전쟁을 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자존심은 진정 생명 있는 우리 인간들을 위한 것일까?
그랜드 티톤 남쪽 89번 도로-와이오밍이다. 미루나무가 보이고 미루나무에 까치가 있다. 여행은 인생의 피곤을 말끔히 씻어준다. 정말 하나님은 살아 계심을 알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남편과의 여행을 억지로라도 계획해서 계속 또 떠나 볼 생각이다.
김옥분/ 플러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