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을 지칭할 때 흔히 써온 용어가 ‘rogue state’다. 번역하면 부랑국가니, 깡패국가가 된다.
rogue는 본래 군집성 초식 동물, 예컨데 코끼리 같은 동물 중에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외토리를 의미한다. 홀로 떨어져 있으니 성질도 사납고 돌출행동이 예사다. 여기서 파생돼 이 단어는 악당이니, 깡패라는 뜻도 지니게 됐다.
이 말이 한동안 잘 안보였다. 북한이 유럽국들과 수교를 맺고 또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등 개방노선을 추구하면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북한을 ‘악의 축’의 일원으로 묘사한 부시의 발언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왔었다.
북한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해왔다고 시인하고 나섰다. 그러자 북한을 지칭하는 말들이 또 달라지고 있다.
‘벌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식의 비유가 한 예다. 한 도시를 날려 버릴 수 있는 한 두 개의 핵폭탄을 지니고 있으면 수퍼 파워 미국이라도 감히 쳐들어 올 생각을 못한다는 생각에 깡패국가 독재자들이 핵개발을 서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새우로 비유되기도 했다. ‘새우가 고래를 물다(The Shrimp Bites a Whale)’란 제목의 기사가 바로 그것으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한국의 속담을 역으로 인용한 것이다. 물론 미국이 고래, 새우는 북한이다.
이 동물의 모습들은 그런데 한가지 상황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듯하다. 상당히 초조하고 절망적 상황이다.
군집동물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면 생존이 위태롭다. 당연히 초조하다. 거대한 동물 앞에서 침을 발사하겠다며 위협해 보아야 더 위급한 상황을 맞고 있는 건 벌이다. 고래 옆에 있는 새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나둔 채 붕괴되기를 기다려라’-. 북한의 핵개발 사태와 관련해 새삼 나오는 이야기다. 고사(枯死)작전을 펴라는 주문이다.
북한의 돌연한 핵개발 시인 전략은 시쳇말로 ‘웃기는 전략’이라는 평가에서 나오는 주문이다. 그동안 북한이 써먹었던 ‘앵벌이’나, ‘벼랑끝’작전을 뒤집은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 방안들도 거론된다. 봉쇄전략이 그 중 하나인 모양이다. 반(反) 김정일 네트웍을 가동해 북한에 대해 엄격한 경제제재조치를 취한다는 전략이다.
이 봉쇄작전이 현실화 될 때 결국 죽어나는 건 그러면 누구일까. 북한 주민일 뿐이다. 그래서 답답한 것이다. 그 고통의 행로는 도대체 언제나 끝날는지….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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