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삼여(讀書三餘)란 말이 있다. 책읽기에 좋은 때가 있다는 말이다. 세 여가, 곧 겨울, 밤, 비오는 때를 이른 것이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사람 동우(董遇)가 남긴 말로 그는 제자들이 질문을 하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백 번 읽으면 뜻은 자연이 알게 된다. 쓸데없는 질문을 할 틈이 있으면, 우선 백 번을 읽어라.”
어떤 제자가 그럴 틈이 없다고 하자,“삼여가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겨울은 세월(계절)이 남은 것이고, 밤은 날(낮)이 남은 것이고, 비 오는 때는 시간이 남은 것이다.”
송나라 문인 소식(蘇軾)은 동우의 이 ‘삼여지공’(三餘之功)에 근거하여 자투리 시간에 독서하는 즐거움을 가리켜‘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맛은 삼여에 있다’고 까지 했다. 독서의 진미를 터득한 문인다운 말이다.
한국인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까. 얼마 전 국내 보도에 따르면 한달 동안 한권의 책이라도 읽었다는 사람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43.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동안 읽은 책이 있는 응답자의 비율은 연령별로 크게 달라 20대에서는 그나마 70%정도가 한달에 책 한권을 읽는 편이지만 40, 50대로 가면 독서율은 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 왜 독서를 못하는가. 틈이 없다는 게 주 이유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한 점은 여분의 시간이 더 많이 있을 것 같은 전원지역 거주자들이 더 책을 안읽는다는 사실이다. 대도시 주민에 (50.3%)에 비해 읍·면지역 주민(22.1%)의 독서율이 훨씬 낮아서다.
한국 이야기는 그렇다고 치고 미주 한인들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까. 이민생활에 바빠 책읽을 시간이 없다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시간에 쫓기는 게 이민 생활이니까.
그러면 시간이 주어지면 책을 읽을까. ‘글쎄…’란 생각이다. 독서는 습관. 따라서 아무리 바빠도 책 읽는 습관이 잡힌 사람은 어떻게든 틈을 내 읽게 마련이어서 하는 말 이다.
‘배우려 해도 시간이 없다는 사람은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배우지 못한다’-. 중국의 고전 ‘회남자(淮南子)’의 한구절이다.
프랭클린도 비슷한 말을 했다.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비결은 토막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을 딴 사람의 몇 배를 더 사는 셈이라는 이야기다.
독서의 계절이다. 연속극도 끊고, 골치 아픈 한국 정치도 멀리한다. 그리고 조용히 앉아 커피라도 마시며 못보던 책을 펴놓고 마음껏 읽는다.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닐까.
<옥세철 논설실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