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기대 같잖다. 업종 불문하고 공통된 현상이다. 게다가 한인업소에 대한 일부 한인들의 불신과 억지는 타운 한인상인들을 더 우울하게 한다.
“같은 값이면 미국 집 가서 사지-”라거나, 미국 업소에서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한인 업소에 와서는 “안 깎아주면 안 사겠다”는 으름장 등이 곧 그것이다.
타운 내 한 고급 패션업소 주인은 서울서 온 모 기업체 사장으로부터 로데오 샤핑에 동행 요청을 받고, 손님들 샤핑 성향도 파악할 겸 직원을 보냈다가 귀를 의심했다.
그 손님은 로데오 거리에서도 가장 비싸게 파는 한 업소에 들어가더니, 카운터에 크레딧 카드를 맡겼다. 700달러짜리 벨트, 300달러 넘는 셔츠 등을 척척 고른 뒤 수만달러를 카드로 그었다. 세금까지 군말 없이 계산한 건 당연한 일. 매장 세일즈맨에게는 팁이라며 호기롭게 몇 백달러를 쥐어주더란다.
그 손님이 며칠 뒤 이 한인 업소에 들렀다. “여기서도 뭐하나 사야지”하면서 여름 재킷 하나를 골랐는데, 350달러인 옷을 250달러까지 안 깎아준다고 화가 나서 안 사고 가더라는 얘기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일부 양심불량 업주도 책임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진짜가 아닌 물건을 비싼 값에 파는 거다. 실제로 타운 내 한 업소는 몇 해전 정품이 아닌 조지오 알마니 넥타이를 팔다 알마니사 세일즈맨에게 걸려 10만달러 벌금을 물었다.
이 회사의 서부지역 담당자는 “일부 업주들이 비정상적 경로로 들여다 파는 물건은 문제 발생시 개런티가 안 된다”며 “가짜 팔다 걸리면 벌금을 추징 당하거나 영업허가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손님들이 오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손님이 값을 속여 팔았다며 펄펄 뛰는 바람에 주류 백화점들을 다 뒤진 끝에 ‘패브릭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한 옷가게 업주는 “정직하게 장사한다고 맹세해도 안 먹히는 세상”이라며 울적해했다.
11월 중순부터 본격 샤핑시즌이 시작된다. 손님 속이는 업주, 한인 업소면 일단 의심하고 보는 손님은 타운 경제를 소리 없이 좀먹는 사람들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정직, 신뢰, 상식 이런 것들이 아쉽다.
김 수 현<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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