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중간선거는 예상을 깨고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중간선거에서는 집권당이 고전한다는 상례를 깨고 공화당이 하원을 고수하는 것은 물론 상원마저도 석권했다. 더구나 지금처럼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집권당이 승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선거학 개론은 수정되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공화당의 압승에는 9.11 사건의 여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강세인 교육이나 환경, 복지문제는 물론 경제침체를 이슈화하는 데 실패했다. 9.11 이후에 나타난 안보 관련 이슈를 선거전에서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대 테러전을 포함한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지지했다.
아울러 공화당의 승리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적극적인 선거유세였다. 공화당은 지난 대선에서 부시가 지지를 받은 주를 중심으로 전략적인 선거지역을 선정, 부시는 이 지역에서 기금모금을 비롯해 적극적인 지원 유세를 펼쳤다.
반면 민주당은 이에 대항할 만한 지도력이나 조직을 갖추지 못해 패배를 감수하게 되었다. 이로써 ‘텍사스 촌놈’으로 폄하되던 부시의 공화당 내 위치는 보다 확고해졌으며 부시의 탄탄한 리더십은 향후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 큰 탄력을 줄 것이다.
그래서 부시가 추진해 오던 대 이라크전은 급진전할 가능성이 있다. 상하원 장악 및 여러 공화당 후보들의 당선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부시는 새로운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외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대 이라크전을 감행하더라도 제동을 걸만한 견제 세력이 약화된 현 상황을 부시 정부는 적극 활용하려 할 것 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사인 대북 정책에는 큰 변화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북한의 고사를 유도하는 방향을 유지할 것이다. 군사적인 행동을 감행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대화 제의에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반응하며 북한이 결국 무너지기를 바랄 것이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을 때에 가능했던 정책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한국의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우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현 정부의 햇볕정책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정부로서도 한국에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서기를 원할 것이다.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사회를 다시금 생각케 한다. 그간 미국의 선거는 경제상황이 결정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한국 같은 나라와는 달리 애국주의나 민족주의 등이 들어설 틈이 별로 없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이러한 통념이 허구임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선거철이면 발생하던 ‘북풍’이 보수적인 정권을 도왔듯, 이번 선거는 9.11 이후에 생겨난 ‘테러풍’이 공화당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 미국 유권자들도 경제 못지 않게 안보, 애국 등을 강조하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부시 재직 중 에는 미국이 보수주의의 물결 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9.11 이후 나타나는 이민자 및 소수민족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보수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 제일주의, 애국주의 등이 고조되면서 공화당의 압승이 미국의 오만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 부시 정부는 새롭게 얻은 힘을 남용해서는 안될 것 이다.
신기욱 스탠포드 사회학·국제학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