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와인을 즐겨 마시는데, 와인의 맛은 참 신비하다. 딱 한가지 맛을 꼬집을 수 없고, 달콤한 맛, 신맛, 떱떨한 맛이 어우러져 있다. 삼키고 난 후 향 또한 입 속에 가득 여운을 남긴다.
캘리포니아에서 대표적 포도원이 있는 나파밸리를 얼마전 방문했다. 포도가 영글어가는 풍성한 계절에 나파밸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치러진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와인의 색깔, 맛, 향이 입 속에 은은히 남듯이 오랫동안 잔잔한 감동으로 마음에 남는결혼식이었다.
신랑은 한인 2세이고, 신부는 독일인 아버지를 둔 백인인데 고등학교 때 만나 대학을 졸업하고 괜찮은 직장을 잡은 후 10여년 동안 사랑을 가꾸고 다듬어 결실을 맺었다 한다. 둘은 부모의 도움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의 결혼식을 꼼꼼히 준비했다. 참석한 하객들의 숙소, 아침식사를 챙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와이너리 동굴 속에서의 전야제, 결혼식, 피로연에 이르기까지 음식 하나, 꽃 장식 하나, 하객들을 배려하는 태도, 어디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신랑은 어린 나이에 부모가 이혼했다. 엄마의 사랑이 가장 필요한 어린 나이에, 자기 살길 찾느라 떠나버린 어머니… 자라면서 그리움, 미움, 원망이 왜 없었을까? 그러나 성인이 되어 세월의 물결에 모두 떠내려보내고, 그 엄마와 새 아버지까지 초청하여 포용하고 제일 먼저 소개하며, 선물까지 주며, 낳아 주신 것에 감사했다.
친척 형제,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화해와 만남의 장을 마련한 것은 우리 주위에 흔히 보는 이혼 후의 미움, 원망, 저주로 얼룩진 모습과 무척 대조적이었다.
그들의 사랑을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가족,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부부는 저래야 된다”고 했다. 때로는 애인이 되어 달콤한 맛을 내고, 친구처럼 신맛을 내었다가, 서로의 발전을 위해 코치처럼 쌉쌀한 맛을 내는 와인의 어우러지는 맛처럼…
얼마나 많이 양보하고, 조정하고, 타협하느라 노력했을까? 신부는 한국의 전통혼례를 인터넷 상으로 공부해서 합환주, 목각 기러기까지 준비하며, 남편의 나라의 전통을 존중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동안 많은 결혼식에 초대되어 가보았지만 끝없이 펼쳐져 영그는 포도나무들이 있는 이번 나파밸리의 결혼식을 잊을 수가 없다.
모델같이 멋진 신랑 신부를 보는 재미, 사랑하는 마음의 향, 사람 사는 맛이 와인처럼 어우러진 훌륭하고도 풍성한 결혼식이었다.
미셸 최 홈케어 가정부서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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