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1088회로 막 내려
아버지, 마당을 가로질러 나오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래 오래 장승처럼 서 있다.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정에 연연하다 보면 기회를 잃고 만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 또한 인생인 것을….’(나레이션)
MBC TV 드라마 <전원일기>(극본 김인강ㆍ황은경, 연출 권이상)의 최종회 마지막 장면이다. 지난 1980년 10월 21일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제목으로 첫 방송한 지 22년 2개월. 사람으로 치면 성년을 훌쩍 뛰어 넘은 긴 세월이다.
하지만 마무리는 너무나 평범하다.
오는 29일 1088회 ‘박수할 때 떠나려 해도’로 끝맺는 <전원일기>는 앞으로도 이야기가 계속될 듯한 분위기로 담담하게 막을 내린다. 할머니(정애란)가 세상을 떠나는 것도 아니고 영남(남성진)과 복길(김지영)의 결혼 장면도 없다. 늘 그랬듯 김 회장(최불암)과 어머니(김혜자)는 안방에서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권이상 PD는 “<전원일기>는 일반적인 드라마로 구분하기 힘든 작품이다. 일상의 단편을 그대로 극화한 작품으로, 생활의 연장선 상에 서 있다”며 “비록 박수 소리는 갈수록 작아졌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어 시청자들이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종회인 만큼 향수를 불러 일으킬 설정을 추가했다. 드라마 초기 촬영 기법을 따라 최불암의 나레이션을 삽입했다. 또 90년대 초반까지 야외 촬영 장소의 주무대였던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삼하리도 영상에 담았다.
마지막 회에서 김 회장은 ‘원동계’라는 200년 된 상조계의 대표를 맡는 문제로 고민에 빠진다. 나이 때문에 젊은이에게 미루고 싶지만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회의를 거쳐 결국 김 회장을 원동계 대표로 추대한다. 마음과는 달리 ‘떠나지 못하는’ 김 회장의 고뇌는 바로 아쉽게 막을 내리는 <전원일기>의 자화상이다.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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