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며칠 앞둔 지난달 12일, LA 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회장 이현옥·이하 시니어센터) 2층 강당에서 ‘설날 큰 잔치’가 열렸다. 300여 명이 넘는 시니어와 귀빈, 봉사자들이 모인 공간은 북적북적한 활기 속에 설날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잔치의 시작을 알리는 장구반의 희망찬 북소리가 울리고, 개회 선언에 이어 커뮤니티가 낳은 수퍼스타, 하모니카 반 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오르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당당함이 스며 있었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50여 명의 학생들은 한 음 한 음 정성껏 미국 국가를 연주했고, 참석자들은 그 연주에 맞춰 함께 노래를 불렀다.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시니어센터가 만들어낸 한인공동체의 자부심과 활력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현재 시니어센터는 50여 개 과목을 운영하며, 매주 1,500명, 한 달이면 5,500명의 시니어가 참여한다. 단순한 수치로는 규모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배움의 열기와 단단한 공동체적 결속력이 살아 있다. 새벽 2시, 수강 신청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이곳 시니어들이 보여주는 삶의 의지와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큰지 직접 느낄 수 있다.
박관일 사무국장은 어느 인터뷰에서 “수강생들은 은퇴 후 늘어난 시간과 고립감을 느끼는 70~80대 고학력 1세대 이민자들”이라며 “이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강사들도 모두 재능기부로 참여하며,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이 서로 힘을 주고받는다.
시니어센터의 진짜 힘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힘은 단순히 내부에 머물지 않는다. 센터를 중심으로 한 결속력은 커뮤니티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낡은 가로등이 교체되고, 센터 입구에는 로딩 존과 우회전 속도 조절 장치가 마련됐다. 이뿐만 아니라 LA 시내버스 정류장 3,000개가 교체되고, 주요 4거리 신호등이 개선됐으며(45만 달러 투자), LAPD 순찰 횟수도 하루 2~3회에서 15회로 늘어나 안전이 강화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완 LA 총영사, 폴 서 랜초 팔로스버디스 시장 등 한인 인사들을 비롯해, 마크 곤잘레스 주 하원의원이 새크라멘토에서 직접 달려와 봉사상을 수여했다. 또한 LA 10지구 헤더 허트 시의원이 설날 도시락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애덤 크립스 NHL LA 킹스 재무대표도 행사장을 찾아 축하 인사를 전하는 등 공적 관심과 지원이 이어졌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힘이 지역 사회의 주목을 끌었고, 그 결집력은 실제 인프라 개선과 안전 강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니어센터는 문화적 성과와 연구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시니어 하모니카 앙상블은 크립토닷컴 아레나 2만 명 관중 앞에서 미국 국가를 연주했고, 베벌리힐스 공연과 LA 한인축제 개막식에서도 활약하며 이민 1세로서 한인 사회의 문화적 목소리를 주류사회에 드러냈다. USC와 협력한 TRDRT 프로젝트(140만 달러)는 한인을 대상으로 한 위암 연구로, 타 인종 중심 연구에 한정됐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섰다.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힘이 연구, 복지, 문화, 안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니어센터의 진짜 자산은 프로그램 목록이 아니라 사람이다. 매일같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발걸음들이 모여 센터를 단단하게 만들고, 그 단단함이 다시 커뮤니티 전체를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사람들의 자부심, 배움의 즐거움, 문화적 성취, 사회적 파급력까지 모두 결합되어 센터를 단순한 기관이 아닌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허브이자 이상적 모델로 만든다. 배움과 봉사, 문화 활동을 통해 자신과 공동체의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공간, 그 교집합에서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가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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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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