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 한인사회 반응
진보적 성향의 노무현 후보가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갈 첫 대통령으로 뽑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인들은 환호와 불안, 기대와 우려를 나타내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많은 한인들은 노 당선자가 한국 정치의 쇄신과 비정상적 관행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미래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아침 본보에 전화를 건 한인들은 한국 정치가 개혁의 기회를 맞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한인들은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와 북한에 대한 지나친 유화 정책을 펼쳐 나갈 경우 안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 한인은 노 후보의 당선은 한국 국민들의 성숙한 정치 선택이라며 정치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의지가 전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부정 부패와 불합리한 정치 관행이 하류층 출신인 노 후보의 개혁 의지로 일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회창 후원회의 한 관계자조차 차라리 “노 당선자가 식상한 한국 정치판을 확 갈아버리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며 은근히 한국의 정치 개혁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세리토스의 김종숙(40)씨도 “TV에 똑같은 사람들이 나와 정치라고 하는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 “잘됐다”고 기뻐했다.
이러한 기대와 환희속에서도 불안과 우려를 나타내는 한인들도 많았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한인 단체장은 미국내 인맥도 없고 미국을 한번도 방문해 본적도 없는 노 당선자가 미주 한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현안 문제에 어떤 태도로 나올지 모르겠다면 다소 우려하는 표정도 보였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미온적인이라는 이미지를 준 노 당선자가 해외 한인들도 그런 시각으로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북 사투리가 섞인 플러튼의 윤 모 할머니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 “한국이 어떻게 되는 거냐. 미군이 철수하는 거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장년층 한인 남성은 친구들과 논쟁을 벌이다가 전화를 했다며 “북한에 퍼주기와 미군 철수를 선거 공약에 내세운 것 같은데 신문사에서는 어떻게 보느냐. 과연 미군이 철수를 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자신을 반공 세대라고 밝힌 한 한인은 “나라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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