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그러니까 새해 첫달 초 하룻날 한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세배와 덕담(德談)이다. 세배는 웃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는 일이다.
세배는 조부모, 부모 그리고 친척 어른들, 동네 어른들을 두루 찾아 다니며 하게 된다. 그럴 때 마다 빠짐없는 게 덕담이다.
먼저 어른에게 절을 하고 인사말을 드리면 덕담을 들려준다.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잘되라는 식으로 미래형으로 말하는 게 보통이다.
옛 분들은 그렇지만 과거 완료형 시제로 덕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올해는 아들 낳고 부자가 되었다더군…”
덕담의 사전적 의미는 남이 잘되기를 비는 말이다. 연초에 하는 덕담은 신세(新歲)덕담으로 이같은 식의 덕담은 좋은 일을 기정 사실인 것 처럼 축원과 경하의 말을 미리 함으로써 그렇게 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덕담의 기원은 원시종교적 점복 사상과 언령관념적 심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언령관(言靈觀)이란 말에는 영적인 힘이 있어서 말한대로 된다는 생각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바로 바로 이런 언령관에서 나온 것으로 비관적인 말의 씨는 좋지않은 열매를 맺고 긍정적인 말의 씨는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의식이 덕담에 담겨 있다.
이처럼 언어에 주술적 능력이 있다고 믿은 것은 고대 그리스인들도 마찬가지다. 말이 선포되면 그대로 성취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히브리인들은 말의 파워를 신앙적으로 받아들인다. 성경 곳곳에 쓰여 있는 것이 바로 이 말의 능력이다. 그래서 혀를 잘못 쓰면 불과 같아서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고 야고보서 기자는 경계하고 있다.
사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도 많은 경우 언어의 차이에 있다고 한다. 부정적 언어를 쓰는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게 마련이고 또 모든 것을 따지고 비교하는 경향이라는 이야기다.
그 결과 형성되는 게 패배의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의식에 사로 잡히다 보면 결국 환경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 돼 그 삶은 실패작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2003년이 벌써 나흘째를 맞고 있다. 이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말을 하며 지냈을까. 하루에 백마디 말을 했어도 벌써 삼사백 마디 말을 했는데….
그 중에 남이 잘되기를 축원하는 말, 좋은 씨의 말은 몇마디나 했을까. 한번 카운트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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