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나이만큼의 속도로 흐른다’
나이가 많을 수록 세월의 흐름도 그만치 빠르다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오래 살고 싶어진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불혹,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니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다는 생각이 든다.주위 또래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나이 드는 것이 싫어 ‘나이를 잊고 산다’는 친구들. 서른 아홉도 아닌 스물 아홉이 늘 자신의 나이라는 친구. 나이를 물으면 한 살이라도 줄이려고 미국나이로 답하는 친구를 볼 때, 그들도 세월을 붙잡고 싶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은 것. 아무리 막으려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세월이다. 그러니 세월을 탓하기보다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늘어나는 자신의 나이답게 사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옛 사람들은 그들의 나이를 말할 때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나이에 따라 호칭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용기 그리고 처세술이 다양하게 변화함을 그 나이에 걸맞게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그들은 15세를 지학(志學)이라 불렀다.
15세가 되어야 학문에 뜻을 둔다는 의미이다. 남성은 스무 살에 관례를 치르고 성인이 된다는 뜻에서 20세는 약관(弱冠)이라 칭했다. 서른 살쯤에
는 가정과 사회에 모든 기반을 닦는, 인생관을 세운다는 의미로 30세는 이립(而立)이라 했다.
40세는 불혹(不惑). 이는 공자가 40세가 되어서야 세상일에 미혹함이 없었다고 한데서 나온 말로, 40세가 되면 사물의 이치에 의문 나는 점이 없어야한다는 의미다. 50세는 쉰 살에 드디어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한다는 뜻에서 지천명(知天命)으로 칭했다.
논어에 보면 나이 예순에는 생각하는 모든 것이 원만하여 무슨 일이든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내용이 있다. 이처럼 예순이면 남이 무슨 말을 하든지 스스로 소화하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라는 의미로 60세를 이순(耳順)이라 했다. 60세의 생신인 육순(六旬)이란 열이란 뜻을 갖고 있는 순(旬)이 여섯(六)이란 말이다.
61세는 10간 12지의 자기가 태어난 해로 되돌아 간다해서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 62세는 다시 60갑자가 펼쳐져 진행한다는 의미로 진갑(進甲)으로 칭했다.
70세는 고희(古稀). 예전에는 의술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70세까지만 살아도 드물게 사는 인생(人生七十古來稀)이라 하여 붙여진 칭호다. 또 70세는 종심(從心)이라 했는데, 이는 뜻대로 행하여도 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희수(喜壽)는 77세. 오래 살아 기쁘다는 뜻으로, 기쁘다는 뜻이 담긴 희(喜)자를 약자로 쓰면 칠십칠(七十七)이 되는데서 유래되었다. 80세는 산수(傘壽)로 산(傘)자의 약자가 팔(八)을 위에 쓰고 십(十)을 밑에 쓰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88세는 미수(米壽)로 미(米)자의 파자가 팔십팔(八十八)인 데서 유래된 것.
90세는 졸수(卒壽)라 하는데 졸(卒)자를 약자로 쓸 때 아홉 구(九)자 밑에 열 십(十)자를 쓰기 때문이라 한다.
99세의 표현은 운치가 깃들여 있다. 99세는 백수(白壽)라 하는데. 백수의 백자를 백살이 되기엔 한 살이 부족하다 하여 일백 백(百)자에서 위에 있는 한일(一)자를 뺀 흰 백(白)자를 썼다. 이처럼 옛날에는 나이에 호칭까지 붙이며 나이답게 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흔히, 나이가 어리면서 너무 어른처럼 행동할 때는 ‘애 늙은이’라 부른다. 자신의 나이처럼 살지 못할 때는 ‘나이 값도 못한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나이에 걸맞게 살지 못함을 꼬집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이답게 사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말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살고있는 한인사회에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살고 있는 한인들이 많이 있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옛날에 붙여진 나이에 따른 호칭처럼 꼭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활용한다면 ‘나이 값’을 하면서 살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자신을 뒤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나이에 걸맞게 사는 것인지 더욱 깊게 생각해 볼일이다.
연창흠 편집위원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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