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는 세 가지 타입이 있다. 유능하고 존경받는 대통령, 유능하지만 존경은 못 받는 대통령, 유능하지도 못하고 존경받지도 못하는 대통령이다.
‘유능’하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위기관리를 잘 해야 하고,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해야 한다. 닭에게는 새벽 알리게 하고, 개는 도둑을 지키게 하고, 고양이는 쥐를 잡게 해야 적재적소의 인 사다. 대통령이 말로는 민주주의 외치면서 행동은 권위주의와 오만에 가득 차 있고 자기 사람만 챙긴다면 존경받기 힘들다.
지도자만 잘 만나면 3류팀도 일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증명되지 않았는가. 히딩크 코치는 3류팀인 한국팀을 일류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카라얀을 맞은 베를린 심포니가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지도자 잘못 만나면 국민들도 불행해진다. 히틀러와 독일 국민, 스탈린과 소련 국민이 어떻게 되었는가. 한 명의 지도자 때문에 국민들까지 역사의 죄인이 되어버렸다.
위대한 대통령은 위기를 맞았을때 국민 화합을 이끌어내 난국을 헤쳐나가는 대통령이다. 워싱턴과 링컨이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려운 시기에 뚜렷한 비전을 제시한 것과 국가적 고난을 몸으로 시범 보인 것 그리고 ‘정직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은 것 등이다.
사람이 정직하지 않으면 신임을 얻을 수 없다. 기업에서나 국가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재주 있고 유능해도 정직하지 못하면 신임을 얻기 힘들고 신임 없으면 존경도 없는 법이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링컨 대통령과 닮은 데가 많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성장한 여건이 비슷한 것은 사실이다. 대학을 못 가고 독학한 것이나, 법학과 나오지 않고도 검정고시 합격해 변호사 된 것이나, 가난했던 집안 환경, 선거에서 여러 번 떨어지고도 7전8기한 것 등은 비슷하다. 거기에다 두 사람 모두 16대 대통령이라는 것까지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링컨은 검증된 대통령이고 노무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제부터 두고 볼 일이다. 특히 링컨은 성경으로 글을 배웠을 정도로 어릴 때 신앙이 두터웠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신앙문제에 있어서는 ‘아니올시다’다. 대통령이 신앙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커다란 취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카터에 의하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앙이라고 한다. 무거운 짐이 너무 많고 인간으로서의 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가 가끔 있는데 그 때가 바로 국운을 좌우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한국 역대 대통령의 최대 취약점이 말과 행동이 다른 점이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못 받았고 이는 결국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청사진을 제시해도 국민이 안 믿는다면 딱한 일이다. 말로는 화합 외치면서 뒤에서 팔 비트는 식으로 정치보복을 하니 국민이 믿을 리가 없다. 네 편과 내편을 갈라놓았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의 링컨’ 소리 들으려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정직하고 겸손하며, 몸으로 시범 보이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가 제시하는 비전도 국민이 믿을 것이고 개혁에 국민적 동의가 형성될 것이다. 개혁, 개혁 하지만 지금까지 개혁 부르짖지 않은 대통령이 없다. 이들이 개혁에 실패한 이유는 말과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다.
링컨을 닮으려면 우선 정직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정부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가 개혁의 첫걸음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개혁이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개혁이기 때문에 개혁추진 세력의 몸가짐과 정직성이 가장 중요하다. 훌륭한 대통령이 되는 비결은 미적분을 푸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간단한데 역대 대통령이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이철 주 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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