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과거 수십년간 한국의 정계를 지배해왔던 고학력의 격식 분명한 엘리트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에 앞서 USA 투데이가 보도한 기사 리드 문장이다. 민권 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빈농에서 자라나 독학으로 변호사가 되었고, 말이 직설적이며 겉치레를 싫어한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말이건 행동이건 격식 차리고 꾸미는 것없이 소탈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노대통령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혀왔다. 회사원인 장남 노건호씨가 쓴 ‘아들이 본 노무현’에도 그런 모습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다.
“친구가 생각하기에 유명한 정치인의 집이면 어머니가 항상 한복을 입고 계시고, 마당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황소만한 셰퍼드를 몰고 다니고, 아버지는 항상 전화를 하느라고 바쁜, 그런 모습이 아닐까 했다고 하더군요”
‘3김’을 대표로 하는 한국의 정계 지도자들, 역대 대통령들을 생각하면 누구나 막연하게 떠올리는 이미지이다. 그런데 노대통령의 집안 분위기는 전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불행히도 그 친구가 놀러 왔을 때 어머니는 주무시다 츄리닝을 입고 문을 열어 주셨고, 아버지는 러닝에 잠옷 바람으로 신문을 읽고 계셨었습니다”
그런 소탈함은 자녀교육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때 수학문제집을 풀기 싫어 우니까 아버지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 몇시간을 같이 돌아다닌 후,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된다고 했다며 노건호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아버지는 준마에 채찍을 가한다던가, 사자 새끼를 절벽 밑에 떨어트린다던가 하는 스타일은 아니셨던 것 같습니다”
과거 정치 지도자들과는 구분이 되는 서민적 친근감, 그리고 바보스러울 정도의 우직함이 결국은 ‘노사모’라는 팬클럽을 만들어 내면서 대통령이 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민초들에게 그렇게 신선하게 어필했던 그의 이런 장점은 막상 대통령이 된 지금, 다른 쪽에서 보기에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한미관계, 북핵 문제등 메가톤급 현안들이 걸려있는 현 정치기류에서 소탈함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이 보수진영의 우려이다. 앞의 USA 투데이 기사도 주된 내용은 ‘불안하다’이다. ‘(노대통령이) 너무 즉흥적이다’‘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등 일각의 불안함을 전달하고 있다.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를 국정지표로 삼는 ‘참여정부’가 출범했다. 국내외의 불안한 시선들을 잘 아우르며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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