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7애비뉴 일대나 타임스퀘어 전철역 지하 구간을 지나다보면 가끔 인간 광고지를 볼 때가 있다.
사면이 광고로 뒤덮인 샌드위치 맨이나 온몸에 회색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마네킹처럼 꼼짝 않고 서있는 광고 맨이 있다. 행인들은 무심코 지나가려다가 조형물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잠시 멈추어 구경하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뉴저지의 한 쇼핑몰에 들렀다가 ‘자연에의 탐험’이라는 슬로건 아래 온갖 것이 다 모인 장난감 가게와 조명시설이 요란한 패밀리 대형식당에서 손님의 눈길을 끌기 위한 갖가지 광고 아이디어를 보았다.
장난감 가게 입구엔 헝겊으로 된 커다란 대형 인조뱀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올라가면서 고객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오른쪽 노천 못에는 실제와 크기 및 모양이 흡사한 대형 악어가 물에서 오르락내리락 한다. 흉물스런 악어가 입을 딱 딱 벌릴 때마다 주위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들이 물 속에 수북히 쌓여있다.그러한 것들은 차라리 애교가 있었지만 대형 식당 입구의 양쪽 기둥과 천장에 설치해놓은 가늘고 기다란 수족관은 시퍼런 조명아래 수많은 열대어들이 기둥과 천장을 오가고 있는데 맙소사, 살아 움직이는 사람 한 명이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제대로 서지도 못할 만큼 좁은 벽과 천장을 수족관 밖의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의 지시대로 올라가라면 올라가고 옆으로 가라면 옆으로 가는 것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산소 호흡기 하나에 숨결을 의지하고 물 속에 사는 그를 보니 가슴이 막혀왔다.저러다가 저 좁은 공간에서 산소 공급 호스가 갑자기 엉키거나 끊어져버리면 꼼짝없이 사망일텐데, 이 겨울날 저 안은 얼마나 추울까 싶어 저렇게 해서까지 식당과 상품을 홍보해야 하나 싶었다. 그 사람이 아르바이트 학생이건 먹고살기 위한 방편으로 하던 ‘당신 여기 있다가는 오래 못살아요’ 하고 물 속에서 그를 끄집어내고 싶었다.
아무리 미국 경기가 오랫동안 침체되어 있고 이라크 전쟁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테러에 대한 우려, 고유가 등으로 비즈니스가 어렵다 하더라도 저런 비인간적인 상술이라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지 않을까.광고는 단순하고 쉬워야 하고 깊고 은밀한 메시지가 순간에 다가와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부담을 주거나 혐오감을 주어서는 안된다. 불황타개책으로 한인 업소들도 광고를 많이 하고 있다.초특가 세일, 특별초대전, 가격인하, 기획상품전, 경품잔치 등이 연말연시나 설날 등의 특별한 날이나 지점 오픈 기념으로 열리기도 하고 원 데이 세일(One Day Sale), 바이 원 겟 원 프리(Buy One Get One Free), 바이 투 겟 원 프리(Buy Two Get One Free) 등의 문구도 심심찮게 본다.
한인 식당들 중에는 어디서 식사를 하든지 응모권을 주어 사은품을 나눠주는 공동 마케팅을 펴는 곳도 있고 히스패닉 시장 공략을 위해 히스패닉계 직원을 채용하여 서비스하는 업소도 있다.
다양한 판촉 및 홍보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것은 한인업소 뿐만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는 종교기관들도 선교 및 홍보를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발랄한 10대 아이들이 구김살 없는 목소리로 동양 마켓 입구나 한인 밀집 지역의 거리에서 전단지와 설교 테이프를 나눠주는 것은 산뜻한 기분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추운 날씨나 가랑비가 내리는 날, 70세 이상의 머리 허연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나눠주는 홍보용 티슈나 전단은 상당히 부담스럽다.저러다 추운 날씨에 뇌졸중이라도 일으키면 어쩌나 싶어 마음이 안쓰러우니 제발, 아무리 자청한다 하더라도 노인들을 거리로 보내지 말았으면 싶다.차라리 자신의 얼굴이 박힌 홍보용 전단이나 설교 테이프를 성직자가 직접 들고 한인 마켓 앞이나 거리에서 나눠주면 받는 사람들이 감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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