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개월동안 죄어오던 전쟁의 압박 속에서도 일상의 평온을 유지해 오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주민들이 미국의 최후통첩이 떨어지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BBC는 전쟁이 시작되면 맹렬한 시가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그다드를 떠나려는 주민들이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으며 비상 의약품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에게 약국들이 습격을 당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 이들의 공포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점과 학교들은 아직 문을 열고 애써 전쟁의 징후를 외면하고 있지만 이미 주민들의 평상심은 증발하고 있다.
반면 군대의 임전태세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 정부 청사 주변과 간선도로 교차지점 등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놓고 있긴 하지만 탱크도 대공포도 눈에 띄지 않는다.
외국기자들에게 통행이 허용된 한도인 시 경계선까지 나가 봐도 전쟁 대비 흔적은 별로 없어 이라크 당국이 공격 대응 방식을 비밀에 부치고 있거나 방어무기가 바그다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돼 있다는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걸프전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일반 시민들은 나름대로 준비를 갖추고 있지만 식수 한 병이 2천디나르에서 4천디나르로 2배나 올랐다.
주민들은 전력공급이 끊기면 냉장고가 당장 쓸모없게 될 것임을 알기 때문에 육류 등 상하는 식품은 피하고 파스타와 쌀, 낭비가 없는 작은 통조림 따위를 사서쌓아놓고 있다.
정부 부처들은 컴퓨터와 팩스 등 귀중한 장비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각국 대사관들과 함께 유엔도 주재 직원을 1천명에서 200명으로 줄이는 바람에이라크가 의존해온 인도지원 프로그램도 결정적인 차질을 빚게 됐다.
공격에 가장 취약한 국가 시스템이 식품배급이어서 당국은 비축한 식량을 서둘러 나눠줘야 할 판이다.
바그다드 상공에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이라크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북부 자치지역의 쿠르드족들도 정부장악 지역과의 경계선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북쪽의 안전한 지역으로 피난길을 서두르고 있다.
챙길만한 물건은 모조리 챙긴 쿠르드족들은 아주 멀리 가지는 않고 살던 곳이 안전해질 때까지 다른 마을에 가 있거나 아예 야영을 할 작정이다.
현재 이라크내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터키 및 미국 관계자들과 만나 터키군의 북부 이라크 진입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중이다.
쿠르드족은 만일 터키군이 자신들의 거주지역에 발을 들여놓으면 결사항전할 것임을 거듭 밝혀왔다.
터키는 이미 이라크 북부 접경지역에 수천명의 병력을 배치해 놓고 있으며 이들은 전쟁이 시작되면 국경을 넘어 진격할 자세를 갖추고 있어 쿠르드족과 터키군 사이에 벌어질 무력충돌이 새로운 긴장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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