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이야기,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에 전쟁이 터졌다. 그때 미국으로 유학 갔던 이스라엘 학생들은 막 바로 고국으로 돌아가 싸웠고, 반면 아랍학생들은 그대로 학교를 다녔다. 그러니, 어떤 나라가 이기겠는가?’ 역사선생이 목청껏 물었을 때 여과 없이 우리들은 용감하고 훌륭한 이스라엘, 비겁한 아랍사람, 이분법으로 평가했던 유년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찌하다 유학생이 되어버린 14살,18살 두 아들에게 우리나라에 전쟁이 나면 너희들은 어찌하겠느냐는 우문을 던졌더니, 전쟁을 오락물로만 본 영화 탓인지 작은아이는 막 바로 서울로 돌아가서 으랴차차 적군과 싸우고, 죽어도 살아 나오는 주인공처럼 멋지게 한판 해보겠다며 신나게 시나리오를 짜낸다. 정장 입영시기에 걸린 큰아이는 동생을 지켜보더니, "야, 지금 일어날 전쟁이 무슨 월남전 게릴라전인줄 아냐?"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는 전쟁의 참혹함과 진실감을 표현하는 역작으로 손꼽힌다. 영화나 연속극의 허구 같은 시나리오에 웬만해선 감정표현이 무딘 나지만,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세 아들을 다 전쟁으로 떠나보낸 중년의 미국 아줌마, 첫째아들과 둘째 아들의 전사소식을 실은 지프가 성조기를 팔락거리며 언덕을 넘어 올 때 뭔가 하고 시야를 좁히던 그녀, 들고있던 그릇을 툭 떨어뜨리고 주저앉는 장면엔,꺜帑窄 내가 먼저 갈지언정 저런 비극만은 겪지 않는 세상이 되게 해주소서,_ 하고 깊은 애원이 나왔다.
나에게는 남자 조카 10명에 조카딸 4명이 있다.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육사에 다니는 언니아들, 군대가 있는 시누이 아들, 징집대상이 되는 큰아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누구나 자식이 행복하게 별탈 없이 살아주길 바란다. 그러나 남자에게는 가족 부양은 물론 영토를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잊게 해서는 안 된다. 나 또한 한시도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의무를 잊어본 적이 없다.
전쟁이 일어난다 안 일어난다 벌써 1년여, 난 오늘도 엄마소처럼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전쟁이 일어날까 봐 노심초사 신문만 뒤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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