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등 미-영 네트웍, 알자지라 방송 전황 보도에 촉각도전쟁은 이라크의 사막과 도시에서만 진행되는게 아니다.
걸프전 때부터 실시간 현지보도로 이름을 날렸던 CNN을 비롯한 미국의 전 TV네트웍과 영국의 BBC등 방송사들도 신속하고, 정확하고, 상세한 보도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휘어잡기 위해 화끈한 ‘브라운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죽어나는 사람은 단연 TV연출자들이다. 방송국내에서 전황을 종합하고 사실여부를 판단해 확실한 뉴스를 만들어내는 게 이들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동맹군을 총지휘하는 중부사령부나 부시대통령, 혹은 관계자의 대국민 발표나 긴급전황 브리핑 보도는 이들에게는 가장 쉬운 일에 속한다. 문제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전황과 바그다드 현지의 특파원 보도 및 종군기자들의 뉴스전송이 제각각이거나 정반대일 때다. 연출자들로서는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알자지라 아랍어 방송에서 수시로 터뜨리는 ‘충격적 보도나 화면’이 나오면 국내 시청자나 세계의 반응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된다.
지난 25일 하오 5시 30분 NBC-TV 전쟁뉴스 연출팀은 1시간후의 뉴스를 통해 ‘연합군이 시원하게 바그다드로 진격한다”는 내용을 보도할 준비를 다 마쳤다. 그러나 수분후 그 계획은 완전히 뒤집혔다. 종군기자로부터 “바드다드 남쪽 70마일지점의 카르바라에서 연합군은 후퇴를 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날아왔기 때문. 그같은 비관적 내용을 거르지 않고 내보내면 연합군의 사기저하는 물론 보도지침의 준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셈이어서 이들은 크게 갈등해야 했다.
개전 5일째에도 그 비슷한 상황으로 각 TV연출자들이 난리를 치렀다.
연합군이 파죽지세로 진격해서 바그다드를 50마일 앞둔 지점에 당도했고 항구도시 움카스라 함락, 바스라시 포위등의 낭보만 준비했던 뉴스연출팀은 곧바로 터져 나온 연합군 인명피해, 이라크군의 강력한 저항을 더뎌지는 진격상황, 미군병사의 생포등의 비보를 짜맞추느라 비상이 걸렸다.
특파원들은 각지에 흩어져 좁은 시야의 뉴스만을 보내오고, 전쟁 총지휘본부는 ‘잘되고 있다’는 낭보만 흘리며 방송국에는 ‘나라의 국익을 잘 생각해서 보도를 하라’고 으름짱을 놓는 실정이다.
적국인 이라크쪽에서는 발표와는 배치되는 뉴스와 증거를 TV와 방송으로 전세계에 퍼날르고 있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하에서 냉철한 판단으로 빠짐없이, 신속한 보도를 해야하는 TV연출자들의 고충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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