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젊음의 집 봉사
윌셔연합감리교회 권사 4명
“처음에는 정말 심난했어요. 이제는 아이들이 참 대견스러워요”
매주 수요일 11시쯤이면 양손에 찬거리를 가득 들고 어김없이 젊음의 집에 나타나는 백발의 할머니들.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할머니들의 장바구니를 들어주고 반갑게 안부 인사를 건넨다. 젊음의 집 학생들 사이에서 ‘수요일 밥 할머니’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이들은 윌셔연합감리교회 권사님들이다. 교회 안살림 챙기기에도 바쁜 권사님들이 타운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때는 지난 199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교회 이창순 은퇴목사가 여전도 회원들이 타운을 위해 뭔가 봉사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고 얼마뒤 뜻이 맞는 4명의 권사들이 카레와 밥을 해들고 젊음의 집을 찾았다. 당시 젊음의 집은 웨스트 모어랜드와 8가 인근의 허름한 가정집에서 어렵게 운영되고 있었고, 아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거칠었다.
초기 멤버였던 허명자 권사는 “물도 안 나오고 화장실도 사용 못하는 집에서 우리를 경계하는 불량스런 아이들을 마주치니 정말 할 말이 없더라고요”라고 젊음의 집 학생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하지만 식사를 마친 뒤 한 여학생의 “할머니하고 동생 갖다주게 남은 것 좀 싸 달라”는 말을 듣고는 마음속 편견이 깨졌다. 그 다음주에는 학생들이 집에 가져갈 수 있게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수요일 밥 할머니’들의 밥 퍼주기는 지난 7년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젊음의 집 학생들의 수요일 점심을 책임지고 있다. 허명자 권사 등 초기 멤버들은 지난 2001년 은퇴(?)했고, 이제는 이혜순 권사 등 6명이 밥솥을 이어받아 화·수요일 사랑의 밥을 짓고 있다.
이혜순 권사는 “손주 같기도 하고 아들 같기도 한 아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참 대견스럽다”며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아껴 학생들 찬거리를 마련하지만 더 좋은 것을 못 해주는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현 멤버 중 최고령인 안금순(80)권사도 “젊은 사람들을 만나니 나도 젊어지는 것 같아 늘 수요일이 기다려진다”며 “두 팔에 힘이 있는 한 계속해서 설거지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교회를 떠나 타운 속에 들어간 권사님들은 한결같이 “예수 믿고 교회 다니는 참 맛을 알겠다”며 즐거워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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