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보안조치 강화… 민간 차량에 발포도
현지 주민들 지지 확보 전략에 차질 심각
지난 29일 이라크군의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4명이 폭사한 이래 미·영 연합군 병사들이 자위조치의 일환으로 민간인들에 대한 경계 수위를 대폭 높이면서 양민들의 피해가 속출하는가 하면 현지 주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연합군측의 노력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연합군 장병들은 아랍 전역에서 4,000여명의 자살지원자들이 ‘순교’를 목표로 이라크에 잠입했다는 보도에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착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살테러범이 민간인으로 위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라크 주민들을 대하는 병사들의 태도에도 당연히 변화가 왔다.
지난 29일 이라크군의 첫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나자프 인근 검문소 앞에는 아랍어로 ‘자리를 떠나지 않으면 사살될 것”이라는 경고문이 세워졌다. 바리케이드 앞으로 수백야드 떨어진 길가에는 경고문을 무시한 차체가 불에 탄 채 놓여 있었다. 민간인 부부가 탄 또 다른 차량은 바리케이드를 그대로 통과하려다 미군의 총격을 받고 남편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미군은 31일에도 검문소 앞에서 멈추지 않은 채 그대로 내달린 민간인 밴을 향해 총격을 가해 7명을 사살하고 2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모두 어린이거나 여성이었다. 찰스 오웬스 해군 중령은 “밴이 경고 사격에도 불구하고 정지하지 않아 미군 경비병들이 뒤쪽의 승객 좌석을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29일 폭사한 병사들이 소속된 제2대대 대대장인 스캇 러터 대령은 이라크인들이 경고문을 보고 떠날 기회가 5초 있다며 “5초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으면 죽는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부대원들을 잃은 데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자폭 테러로 전우들을 잃은 미군 병사들은 이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분대장인 채드 우쿠하트 하사는 “동료들은 모두 내 형제”라며 “나는 4명의 형제를 잃었다”고 침통해했다.
미군은 당초 시아파 이슬람교도들의 성지인 나자프가 사담 후세인에 대항하는 민중봉기의 온상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나자프 시민들은 미군이 도시를 포위하고 모든 도로를 차단함에 따라 나자프를 지배하는 민병대와 미군 사이에 끼여 오고가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제3 보병사단 사단장인 부포드 블룬트 소장은 보다 엄격한 보안조치가 불가피하다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지만 이라크군이 이를 허용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러 군 관계자들은 이같은 강화된 조치가 “이번 전쟁은 이라크 국민들을 위한 해방전”이라는 연합군측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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