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행 중 체코 프라하에 들렀다. 블타바강 찰스 브리지를 건너는데 다리 중간에 가톨 릭 신부의 큰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동상의 좌우편에는 작은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왼편에는 신부가 고해성사를 하고 여자가 신부 앞에 있는 동상이었다. 오른편에는 왕이 개의 사슬을 잡고서 있는 모습이었다.
안내하는 분이 설명을 했다.
“왼편 동상의 여자는 왕후입니다. 왕후가 바람기가 있었는데 참회하는 마음으로 신부 앞에서 고해하는 모습입니다. 오른편에 있는 동상의 개는 왕의 심복입니다. 왕이 심복을 시켜서 왕후를 감시했는데 왕후가 신부에게 고해하는 모습을 몰래 엿보고 왕에게 고자질을 했습니다. 그를 개로 표현했고 그 개의 목에 쇠사슬을 잡고 있는 사람의 왕입니다”
왕은 감시인의 보고를 받고 신부를 잡아 왕후의 고해 내용을 캐물었지만 신부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침묵을 지켰다. 그 신부는 고문을 못이겨 마침내 죽었다. 왕은 그 신부의 시체를 강물에 던지게 했다. 백성들과 신도들은 몹시 슬퍼하며 신부의 시체를 강물에서 찾아 애도 속에 장사를 지냈다. 그리고 그 강 다리 위에 신부의 동상을 크게 세웠다. 그 동상 좌우편에 신부와 왕후, 왕과 개, 두개의 작은 동상이 함께 세워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신부의 동상을 손으로 쓰다듬고 지나간다. 존경하는 마음과 가엾다고 정을 표시하는 마음이라고 생각됐다. 그런데 오른편 동상의 개는 왕에게 고자질한 밀고자의 동상인데도 모든 사람들은 그 개의 등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애완동물 개로 착각을 하는 것이었다. 고자질하는 사람을 멸시해서 개로 조각한 참 뜻을 잊어버렸다.
인간에게는 이중적 성격이 있다. 8.15광복 이후 일본 관동군의 정보장교 밀정 매국노 친일파들이 얼마나 애국자로 둔갑했나. 일정시대 간도와 연해주에서는 독립군을 존경하면서도 일본밀정에게 굽실거렸다. 신부를 존경하여 쓰다듬으면서 또 고자질 한 개를 쓰다듬는 것처럼.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기억하는 일이 있다. 만주국 치하 간도에서였다.
소학교 3학년 때였다. 눈이 오는 날이었다. 일본인 순사가 교회 목사를 찾아왔다. 목사가 그 순사의 어깨의 눈을 털어 주는 모습을 봤다. 어린 마음에도 지나치게 아첨하는 모습이 슬펐다, 그리고 싫었다. 순사는 몹시 거만하고 멸시하는 태도였다.
오늘도 한 손은 정의 편, 한 손은 불의 편을 쓰다듬는 군중들의 손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고 있나.
김충국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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