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이 전과 아주 달라졌다. 부시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과 신뢰회복에 초점을 맞춰 말 한마디 행선지 하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노대통령은 한미동맹과 관련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더 나아가 "만약 53년전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까지 강조했다.
특히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 부시대통령의 입장이 중요하다"며 "북핵은 어떤 형태로든 ‘폐기’돼야 한다"고 미국측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했다.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서도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력과 함께 동북아 안보에서 균형을 유지해주는 힘"이라며 "미군이 현 위치에서 한국을 도와줄 것을 미국측에 ‘간곡히’ 부탁할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나를 잘 모르는 미국인이 많고 일부는 나를 의심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번 방미 때 나에 대한 이런 모든 의심을 해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에 쏠리는 미국인들의 눈초리를 피하지 않았다.
그의 이같은 일련의 언급에는 ‘일단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철저히 미국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국익을 위해서라면 한국대통령으로서 어떤 자세라도 취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지금 재미한인들은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 내리며 어느 정도 안도하고 있다.
사실 노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기 전 만해도 한인들은 내심 불안했다.
그가 이번 방미를 한국의 신임대통령으로서 의례적인 통과행사로 시종한다면 어떻게 하나. 게다가 한국에서처럼 말실수를 하거나, 허장성세를 늘어놓는 다면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모든 방미일정이 끝나 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노대통령은 잘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노대통령의 이러한 자세변화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한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다. 또 이런 바탕에서 북핵문제가 북경3자 회담후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노대통령의 방미는 역대 어느 대통령의 방미보다 중요하다.
지금 미국의 조야는 노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리고 그 평가 결과에 따라 한미관계와 북핵문제의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 자명하다.
노대통령 자신도 인정했듯이 미국은 노대통령을 잘 모를 뿐 아니라 의심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노정권을 아예 좌파정권으로 보고 불신하고 있다.
노대통령 입장에서 미국측의 그런 시각에 불쾌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이 웨이’를 외치며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처지가 이라크전을 반대한 프랑스나 러시아처럼 미국에 ‘노’라고 큰소리칠 수 있지 않다. 이라크나 북한처럼 안면몰수하고 ‘배 째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좋으나 싫어나 미국이 세계를 주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참을 건 참으면서 미국을 대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노대통령과 한국민들은 최소한 지난 1년여간 그러지 못했다. 미국 측의 반한 시각은 노대통령과 한국민들이 스스로 초래한 현실이다.
이제라도 노대통령이 한국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의 ‘현실인식’을 가다듬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쉽게도 노대통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진정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부시대통령과의 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노대통령이 부시대통령과 코드를 맞춰야한다. 부시대통령이 노대통령의 코드에 맞출 리 없기 때문이다.
부시대통령이 노대통령에게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자명할 것이다. 노대통령이 과연 급진·좌파인가. 또 김정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나아가 북핵대책은 무엇인가. 또 미국을 진정한 동맹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등일 것이다.
노대통령이 지금 미국에서 보여주고 있는 변신은 이런 차원에서 보면 모두 이해되는 일이다.
모쪼록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이번 방미를 노대통령이 끝까지 잘 마무리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귀국 후에도 미국에서와 같은 일관된 언행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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