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콜로니얼 D-1
1번홀(파5·565야드) 티 박스에 올라서자마자 그녀는 입고 있던 레인재킷을 벗었다. 마치 링에 오른 뒤 상의 가운을 벗는 복서 같았다. 하지만 당당한 ‘전사’의 모습은 첫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에 빠지자 손을 머리에 얹으며 쑥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기가 죽을 순 없었다. 남들은 손쉽게 투온에 성공하는 홀에서 3타만에 간신히 그린 사이드벙커까지 도달한 상태에서 비 때문에 초미니 연습 라운딩을 마감한 아니카 소렌스탐은 파트너들에게 “내가 딴 돈을 라커로 갖다달라”고 조크를 던지며 필드를 떠났다. 58년만에 처음으로 금녀의 영역에 도전한 그녀의 앞길이 험난할 것과 그럼에도 불구,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PGA투어 뱅크 오브 콜로니얼(총상금 500만달러)에 출전한 ‘골프여제’ 소렌스탐(32)의 첫 공식 연습라운드는 비로 인해 시작하자마자 달랑 3타만 치고 끝났다. 20일 텍사스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컨트리클럽(파70·7,080야드)에서 예스퍼 파네빅, 서지오 가르시아와 함께 공식 연습라운딩을 가진 소렌스탐은 첫 티박스에서 내기 룰을 정할 때부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무대에 섰음을 실감해야 했다.
같은 스웨덴 출신의 파네빅이 소렌스탐에 “몇 타를 원하느냐”고 물어온 것. 그녀는 곧장 “타수를 받으려고 여기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쏘아 부쳤고 파네빅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당당한 여자골프 1인자로서 남자들과 맞서기 위해 여기에 나온 소렌스탐에게 핸디캡 타수를 주겠다는 제안은 배려가 아니라 모독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300여명을 상회하는 엄청난 미디어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소렌스탐은 “대회 초청을 받아 들였을 때 내가 너무 순진했었나보다. 내 자신을 테스트해보고 싶어 결정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를 테스트하고 싶어할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1945년 베이브 자하리아스가 로스앤젤레스오픈에 출전한 이후 58년만에 PGA투어 대회에 도전한 여성이 된 소렌스탐은 자신의 도전을 에베레스트 등정에 비유하며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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