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여 전쯤, 나와 지금의 남편이 결혼 준비에 한창일 때였다. 한국에 있는 남편의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결혼 선물로 뭐 해 줄까?", "글쎄 선물은 무슨 " 그러기를 얼마 후 그 친구는 다시 전화를 해서, "고민 많이 해 봤는데, 도장 파줄게, 네 꺼랑, 재수씨 꺼랑, 그러니까 이름 한문으로 보내" 웬 도장? 도장을 결혼 선물로 한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 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사인(signature)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미국이기에 한국에 있는 도장마저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이게 웬 희한한 제안인가 우린 의아해 했고, 남편은 그 친구가 원래 별난 놈이라고 하곤 웃으면서 흘려 보냈다.
그러나 얼마 후, 그 도장이 정말로 도착했다. 그 친구와 친구 아내의 편지와 함께. 아! 우리는 감탄을 연발했다. 그 도장이 담고 있는 정성과 기품이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었다. 대전체라는 형식으로 이름을 팠고, 손잡이에는 맞절하는 형상의 사람 인( )자를, 남자 도장에는 음각으로 여자 도장에는 양각으로 각각 새겨 조화를 꾀하였다는 설명도 함께 있었다. 또한 상경여보(相敬如寶)라는 글귀가 각 도장에 두자씩 새겨져 있었다.
서로 공경하기를 보배와 같이 (귀한 손님을 대하듯).
신혼 초에 우린 서로의 이름을 부르거나 자기라고 부르다가 이 도장을 받은 이후부터 여보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여보’가 이곳에서 온 것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우린 이 글귀가 가지는 의미를 늘 새기면서 살기 위해서 서로를 이렇게 부르기로 한 것이다.
아직 애기도 없는 신혼 부부의 호칭으로는 좀 의아한지 가끔씩 사람들은 이런 우리를 신기해 하곤 한다. 그래서 얼마 전, 아는 사람에게 이 도장 얘기를 해 준 적이 있다. 그러면서 난 다시금 이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서로 공경하기를 보배와 같이 하라’ 난 내 남편을 보배와 같이 대하고 있는지. 또한 이건 비단 나와 내 남편의 관계 뿐만 아니라, 나와 친구, 이웃의 관계에도 적용될 것이다. 나는 그들을 귀한 손님처럼 대하고 있는지. ‘여보’ 얼마나 아름다운 호칭인가. 모든 부부가 남편과 아내를 ‘여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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