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피트의 긴 여행이 시작된 곳, 마운틴 트리욘드 (Mt. Triyond). 그 산의 중간 지점의 거리에 있는 마운틴 뷰 (Mountain View) 카페에 앉아서 걸어온 오솔길과 멀리 다람살라를 바라보며 차를 마신다.
이른 아침의 숲 속에는 먹이를 찾는 독수리들이 긴 날개를 펴고 유유히 하늘을 배회하고, 발 밑을 가로 지르는 다람쥐들은 바위 위에 오똑이 올라 앉아 땅콩 하나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다. 아름다운 아침이다. 해가 마악 떠오른 아침 산길을 누군가 홀로 걸어오고 있다. 꿈 꾸는 소년 같은 눈 빛의 그는 정상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은 후 다시 길을 걷는다.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 저녁 우연히 산 모퉁이를 지나다가 큰 돌 한덩이를 끙끙 거리며 들고 내려가는 긴 머리를 단정히 묶은 남자를 만났다. 그래서 그 돌은 어디에 쓸려고 힘들게 들고 가냐고 물었더니, 그 돌 안에 수정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 돌 외에도 그가 가지고 있는 두개의 크리스탈 펜던트로 사람의 마음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면서 나의 양 손을 체크한 그는 나의 마음이라도 읽은양 나에게 말했다. "그대는 지금 까지 하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는데 지금은 다른 갈레의 길에서 방황하고 있군요.
내가 그대에게 바른 길을 보여주겠소." 다음 날 산 정상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긴 그는 다시 그 돌을 들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정확한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의 얘기를 듣고 싶은 마음에 아침 일찍 산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정상의 중간 지점인 그 카페에서 얼마간 기다렸지만 왠지 그가 오지 않을 것 같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랬다, 그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 또한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고 그다지 실망하지도 않았다. 나는 다시 길을 걸었다. 어제와 오늘이 쉴 사이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치관도 철학도 없는 바람같은 언어로 많은 약속을 쉽게하는 우리, 그래서 가벼운 다짐은 쉽게 흩어지고 마는 꽃구름이라 하지 않았던가.
바위에 핀 돌꽃 사이로 작은 풀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푸른 초원 처럼 너른 정상에는 양 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삼천 고지가 가까운 정상에서 보이는 인드라하 봉은 거의 안개에 싸이어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안개가 걷힐 때 마다 살짝 드러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쉬바 신이 삼매에 잠긴 듯 하고, 이 산 어딘가에 불멸의 성자가 그 흰 눈 위를 거니는 것 같다. 그래서 인지 그 산 아래 서면 왠지 모든 것이 단순하고 순수해 져서 금새 여과없이 친근해 진다. 큰 산 아래에서는 굳이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지만, 잔디 위에 앉아 피트와 나는 오랜 지기를 만난 듯 그간의 여행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작은 돌 덩이 만한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해 우리는 산 아래로 뛰어내려 와서 후두기는 우박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헤어질 때 피트가 물었다. "언제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 "다음 생에 만나자." 나의 그런 대답에 약간은 실망한 듯한 그의 모습을 뒤로하고 우리는 돌아섰다. 그러나 정말 우연일까, 우리는 두번이나 다른 지방에서 다시 만났고, 그 이후로 우리는 함께 긴 여행을 떠나기로했다.
하늘을 보라구. 파란 하늘에 흰 구름.
그리고 따뜻한 차 한잔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살아있음을
즐거워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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