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하수(下手)로구나’ 하는 생각이다. ‘굿모닝 시티’ 스캔들인지, 뭔지 한창 떠들석한 이야기를 보며 내린 중간 결론이다.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냐고. 설명이 조금은 복잡하다. 이종오라는 역설의 종사(宗師)가 일찍이 설파한 그 현묘한 ‘후흑의 도’를 인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염치 따위와는 담을 쌓은 두꺼운 얼굴과 세상을 속이는 시커먼 배짱을 지녀야만 출세할 수 있다’- 후흑(厚黑·두꺼운 낯가죽과 시커먼 뱃속)의 도(道)의 요체다.
그 뻔뻔한 행태나 말하는 폼으로 보아 영락없이 ‘후흑의 도’를 신봉하는 무리다. 그 점에서는 같은 도를 따른 3김의 제자답다. 그런데 수련의 경지가 말이 아닌 것 같다.
“낯가죽이 성벽처럼 두껍고 뱃속이 시꺼먼 정도는 후흑학 1단계에 불과하다. 2단계에서는 낯가죽이 두텁되 단단하고, 뱃속이 꺼멓되 밝게 비쳐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등산도 그냥 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위해 했다. 문민(文民)을 외쳤다. 고질인 한국병(韓國病) 퇴치를 공언했다. 암흑기는 끝나고 밝은 세상이 오는 것 같았다. 그 뱃속이 밝게 보였다. 동안인 그의 얼굴은 결코 두터워 보이지 않았다.
‘행동하는 양심’을 주창했다. 햇볕론을 창시했다.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이 수여됐다. 세계적인 민권운동가로 만천하에 각인됐던 것이다.
그 얼굴이 해처럼 빛났다. 꺼먼 뱃속도 노벨상의 후광으로 가려졌다. 이제와서 보면 그들은 그래도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좌우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또 민주주의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사람들이 헷갈릴 수밖에. 말하자면 ‘그 뱃속이 꺼멓되 밝게 비친 2단계 정도의 경지’에는 올랐었던 것이다.
말이 시시각각 바뀐다. 그러다 보니 얼마를 받아 먹었는지 본인도 헷갈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조금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왜, 나만…’ 하며 물귀신 작전도 불사다. 극히 뻔뻔하다.
받아치는 쪽도 뻔뻔하기는 마찬가지다. 갑자기 정치자금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다보니 국민의 성금이라는 돼지저금통 모금액이 80억원에서 4억여원으로 줄었다. 애시당초 시뻘건 거짓말이었던 게 들통났다.
뻔뻔함이, 그 시커먼 속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무리 보아도 1단계인 하수의 수준이다.
“3단계에서는 형체도, 색체도 없는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른다. 세상 사람들은 아무리 두꺼워도, 두껍지 않게, 아무리 시커메도 시커멓지 않게 여긴다.” 기왕 후흑의 길에 나섰으면 이 정도 경지에는 올라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천하만민이 속을 테니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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