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한 마리의 새에게 그가 자유롭다는 것을, 그리고 약간의 시간만 내어서 연습을 하면 그것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일이다. 어째서 그 일이 그렇게 어려울까?"
소설 속의 갈매기 조나단의 말이다. 리처드 바크(Richard Bach)의 소설 『Jonathan Livingston Seagull』은 그냥 한번 읽고 덮어버릴 수가 없다. 얼마 안 되는 분량의 소설이지만 두고두고 생각해 봐야할 예지로 가득 찬 말들이 너무나 많다. 틀에 박힌 일상의 삶에 매여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나단 갈매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대로가 감로수(甘露水)와 같은 법문이자 진리의 말씀이다.
우리는 늘 자유를 꿈꾸고 갈망한다. 그러나, 참으로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삶이 자유롭기는커녕 참된 자유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 참된 자유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다. ‘구속으로부터 벗어남’도, ‘속박이나 강요로부터 벗어남’도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니다. 바깥의 어떤 대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혹은 대상이 가져다주는 자유는 조건 지워진 상대적인 자유이다. 그건 불완전하고 부분적인 것이다. 상대적인 것은 조건이 바뀌면 그 자체도 변하고 만다. 그것이 믿음의 대상이건 숭배의 대상이건, 어떤 대상으로부터 오는 자유는 엄밀히 말해 또 다른 구속이자 속박일 뿐이다.
자유는 글자 그대로 ‘스스로(自) 말미암음(由)’이다. 스스로 말미암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비롯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자기원인에 의해 말미암기에 자유는 ‘본래 완전함’이자 ‘절대(絶對)’이다. 그러기에 자유란 애초에 어떤 대상이나 밖에서 찾아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것만 알면 우리는 스스로 본래 자유로운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자유롭지 못한가?
우리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우리 스스로를 한계 지우기 때문이다. 자유란 스스로 말미암는 것이기에 한계가 없으며, 본래 완전하다. 완전한 자유는 미래에 어디쯤 오는 것이 아니다. 완전한 것은 시간과 공간에 제한되지 않는다. 항상 ‘지금 여기’에 있다. 다시 갈매기의 대화를 들어보자.
"하늘나라는 어떤 장소도 아니고 시간도 아니야. 완전함이 하늘나라지."
"자네가 완벽한 속도에 도달하는 순간 자네는 하늘나라와 접하기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그건 시속 1,000 마일이나 혹은 백만 마일로 나는 것이 아니야. 심지어 빛의 속도로 나는 것도 아니야. 왜냐하면 어떤 숫자라도 한계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완벽함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지. 완벽한 속력이란 항상 그곳에 존재하고 있어."
"신념을 잊어버려! 자네에겐 날겠다는 신념은 필요 없어. 나는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구." "그래, 그 말이 맞아. 나는 완벽하고 제한을 받지 않는 갈매기야!"
"너의 생각의 사슬들을 부수어라, 그러면 몸의 사슬들도 끊게 될 것이다."
"자유는 갈매기 존재의 본연의 특성이므로 그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그것이 의식이건 미신이건 어떤 형태의 제한이건 간에 제거되어야 한다."
한 생각 돌이키면 ‘지금 여기’ 이대로가 극락이고, 한 생각 어두우면 곧바로 지옥이라 했던가. 생각이 자유롭지 못하면 어떤 것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신앙도, 종교도, 철학도, 신념도 내려놓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자.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얼마나 완전한가? 이 질문에 솔직히 자신이 없으면 자신의 신앙이나 신념을 아무리 확신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맹신이요 구속일 뿐이다.
원래 자유롭고 완전하고자 하는 철학과 종교가 오히려 삶을 구속하고 진리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조나단 갈매기와 장자의 붕새가 풍자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다. 신앙,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구속하고, 자기 종교만이 옳다며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바로 자유롭게 구만리 장천을 날아오르는 붕새를 보고 비웃는 뱁새들과 같은 자들이다.
우리는 원래 자유로우며 완전하다. 원래 모습 그대로 자신을 보기 시작할 때 참다운 배움이 시작된다. 그 시작은 곧 완성이자 깨달음이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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