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올 때 한국에 잠시 들렸다. 굽이굽이 모퉁이만 돌아서면 푸른 산과 마주하는 우리나라의 산들은 여전히 푸근하고 정겹다. 산에 살면서도 늘 산을 그리워 했던 나는 시간만 나면 산길을 걸었다. 걷다가 지치면 돌팍에 앉아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그 물의 흐름에 내 발을 맡기면 그 유연한 물결이 발등을 스치고 흘러 내 가슴 구석구석을 씻어 내린다. 아마도 그런 청량함이 나를 산으로 이끄는가 보다.
강원도 청평에 있는 송림산방은 마치 산수화 속의 한가한 암자 같다. 그래서 오직 마음이 한가한 사람만이 머물 수 있을 법한 곳이다. 산 속에 폭 파묻힌 그곳 산방에서 며칠 동안 먼 산보며 지내다가 우연히 마음이 가는 책이 있어 읽게 되었다.
에모토 마사루라는 일본인 과학자는 물의 다양한 표정을 십년 가까이 연구하여 사진집과 책으로 엮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물을 어느 정도의 온도로 얼려서 그 결정 사진을 찍으면 어떤 파장에 따라 물의 결정체가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예를들면 똑 같은 물을 두개의 컵에 담아 감사와 사랑의 말을 보여 주었을 때와, 험한 욕을 보여 준 후에 얼린 그 물의 결정체는 현저히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또한 세계 곳곳의 물로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실험한 결과 거의 같은 반응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후 많은 독자들이 집에서 간단한 실험을 하기도 했다. 세개의 병에 밥을 담아, 두개의 병에 ‘고맙습니다’ ‘망할 놈’이라고 각각 말을 걸고, 다른 나머지 병은 그냥 내버려 두었는데 ‘망할 놈’이라고 말을 건 밥 보다 그냥 무시당한 밥이 더 빨리 상했다는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의 한마디 말과 생각이 우리의 주변과 자연을, 더 크게는 우주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에모토 마사루의 연구 결과가 나의 생각을 더욱 뚜렷하게 변화시켰다.
말과 생각 이전의 보이지 않는 진동이 말과 생각 보다 항상 앞선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비난의 목소리가 목젓을 타고 올라올 때 비난 보다는 감사의 마을을, 무관심 보다는 관심의 파장이 먼저 흐르게 하면 우리의 삶이 날마다 신나지 아니할까.
다시 샌프란시스코
부엌 한 켠에 대나무 화분을 두었는데 큰 키가 천정을 뚫으려 하고, 휘어진 줄기와 잎들이 작은 그늘을 만들고, 나는 그 그늘 아래 식탁을 놓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밥도 먹는다. 특히 해질녘에는 바다로 사라지는 일몰의 긴 여운이 환상적이라 한참을 그 댓그늘 아래 앉아서 하루 중의 제일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밤에 등을 켜 놓으면 흰 벽에 그려진 대나무 그림자들이 살랑살랑 바람결에 흔들리고, 그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청쾌해 진다. 한달간 집을 비운 사이 화초가 몇 분 죽기도 하고 마르기도 했는데, 피트와 내가 열심히 물도 주고, 또 관심을 가져 주니 다시 살아나 생기가 넘친다. 관심과 사랑은 확실히 무언가를 살아있게 하고 아름답게 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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