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들이 방학을 했는데 왜 길은 더 막히는 걸까?”
출근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동료들 중 한두 명은 이런 불평을 한다. 방학이 되면 당연히 프리웨이가 뚫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별로 나아지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기대감에 비례해 ‘체감 체증’이 심한 탓인지, 요즘에는 교통체증이 더 짜증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각급 학교가 방학인데도 교통량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LA 통합교육구는 여름이라도 방학이 아니다. 연중 수업제를 실시하고 있어서 C트랙 학생들은 방금 방학을 끝내고 7월 초 새 학기를 시작했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도 집에 가만히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 LA 교외지역의 한 주부는 요즘 아이들 운전기사 노릇 하느라 평소보다 더 바빠졌다.
“아이들이 서머스쿨에 다니고 일주일에 두 번은 학원에 다녀요. 학교로, 학원으로 아이들 데리고 다니다 보니 방학이 더 분주해요”
아울러 남가주 교통지옥의 큰 몫을 담당하는 것은 여행객. 타주에서 들어오는 여행객, 타주로 나가는 여행객으로 남가주의 교통량은 매년 7월과 8월이 피크이다. 지역에 따라서 평소보다 25%, 아주 심한 지역은 거의 40%까지 통행 차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9.11 테러 사태 이후 미국민들이 비행기 여행보다 자동차 여행을 선호하면서 프리웨이 정체는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이다.
꽉 막힌 프리웨이에서 매연 들이마시며 스트레스 잔뜩 받는 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요즘 거론되는 것이 카풀레인 활용 방안이다.
예를 들어 워싱턴 주의회는 일정 숫자의 카풀레인 이용권을 일반 운전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액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e베이를 통해 경매에 부친다는 것. 운전자들은 교통지옥에서 해방되고 주정부는 도로 복구·개발기금을 추가로 확보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안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방법을 몇년전 샌디에고에서도 시도했었다. 시정부가 도로건설 기금 마련을 위해 월 50달러에 카풀레인을 이용하게 하자 운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카풀레인 활용안은 반대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돈 있는 사람만 이용하게 한다면 “그건 카풀레인이 아니라 ‘렉서스’레인”이라는 비아냥거림이다. 카풀을 장려해 대기오염을 줄이자는 기본 취지에 우선 어긋난다는 지적도 높다.
그렇다면 교통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밖이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안을 다스릴 수밖에 없다. 교통 해소 대신 스트레스 해소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것이다. 좋은 명상음악 CD를 몇 개 차안에 비치하면 도움이 될까?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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