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축구대회가 개최되었던 지난 해 6월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원래 나는 운동에 소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대~한민국’을 외쳤던 그 축제엔 축구의 세세한 규칙과 재미를 모른다고해서 빠질 순 없었다. 6월 한 달 동안 서울 거리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절로 신명이 나는 ‘윤도현 밴드’의 ‘아리랑’을 들을 수 있었고, ‘Be the Reds!’가 세겨진 빨간색 ‘붉은 악마’ 티셔츠, 헤어밴드, 응원 깃발 거기다 태극기로 손수 제작한 가지각색의 톡톡 튀는 의상을 입은 수 많은 젊은이들의 차림새는 정말 괜찮은 볼거리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팀과 다른 팀의 경기가 있는 날은 경기 시작 수 시간 전부터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인파들이 경기장을 비롯한 서울의 곳곳에서 거리 응원을 하기 위해 모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우리 민족에게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는 저력이 있구나!’하고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남짓 지난 요즘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들려오는 뉴스들을 보면 과연 1년 전에 우리에게 가슴 벅차하던 영광의 순간이 있었던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월드컵의 선전에 힘입어 한층 고양된 국민들의 사기와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정치권의 변화가 어우러져 뭔가 큰 도약이 있으리라고 기대한 건 내가 너무 어리석어서일까.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고 물고 늘어지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정치와 세계적인 경제 불황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제 문제는 제쳐두고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작금의 현실 앞에 가슴이 답답한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외모와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청소년들, 카드빚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 자살하는 대학생,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들, 국가에서 시행하는 제도의 부조리를 고발하기 위해 자살한 공무원. 거기다 지난 주 일요일에 접한 현대아산회장 고 정몽헌 회장의 자살 소식에 이르러서는 허탈감마저 들었다. 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런 무질서와 혼돈의 연속이란 말인가?
만해 한용운 스님이 일제 해방을 한 해 앞두고 입적하시면서 유언과 같이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기셨다고 한다. ‘나는 이제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 허나 불언간에 우리 조국은 일본의 쇠사슬에서 놓여 해방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조국은 해방 이후 즉시 자주독립국가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분열과 갈등과 혼란의 시기를 지나서 일본에 압제당한 만큼의 혼란과 분열의 시기를 지나서 드디어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를 이룰것이고 그 뒤에 세계에 높임받는 우리 조국이 되어질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1945년 8월 15일에 일제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제 58회 광복절을 맞게 된다. 일제강점기가 36년간 이었으니 횟수로 세어보면 이 기간보다 12년이나 더 지난시간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만해 한용운 스님께서 말씀하셨던 ‘일본에 압제당한 만큼의’ 시기는 이미 지난 것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혼란과 분열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아! 조국 대한민국이여! 이제는 그간의 아픔과 고통을 넘어서 진정한 자주독립국가의 위상을 온 세계에 드러낼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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