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指數)란 말이 일상화 돼있다. 수학의 언어가 생활에 파고 든 탓일 게다.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면 길고 복잡한 설명이 요구되는 내용을 수학은 매우 간단한 형태로 나타낸다.
지수란 말이 일상화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지능지수가 얼마다’하면 긴 설명을 안 해도 사람들은 그 뜻을 금방 알아듣는다.
공포지수란 말이 최근 들어 유행이다. 9.11 테러참사 이후 미국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이다.
웬만해서는 병으로 여기지 않는 강박증, 근심, 우울증 등이 심장병과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직접요인이라는 실증적 연구결과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불안지수니, 공포지수니 하는 말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정상인이라도 공포지수가 7%가 넘어설 때 심장마비 발생률이 크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안지수는 10포인트가 올라가면 심장병 치사율은 28%나 높아진다는 것이다.
공포지수가 전 사회적으로 높아질 때 불거지는 현상이 패닉상태다. 모든 걸 최악의 시나리오와 상정해 보는 게 유행인 것도 공포지수가 높아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무슨 일만 나면 ‘혹시…’하는 심정으로 받아드린다. 지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한다는 말이다.
“테러가 아니냐.” 뉴욕 등 미 동부지역 일원에 느닷없는 초대형 정전 사태가 발생하자 누구나 할 것 없이 떠올린 악몽이다. 이유 없이 실내등이 꺼졌다. 고층건물의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추고 모든 기능이 정지됐다.
최악의 시나리오- ‘상상을 초월하는 테러공격’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가 엄습했던 것이다. 공포지수가 확 치솟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무작정 걸었다. 그 걸음은 수평적 개념이 아니었다. 수직적 개념이다. 수십 층 고층건물 계단을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순간을 생각하며 걸어 내려온 것이다.
패닉상태는 그러나 곧 진정됐다. 뉴욕시, 연방수사국, 백악관 등 당국이 잇달아 테러가 아닌 단순 정전사고임을 알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암흑의 10여 시간. 도시기능은 마비됐지만 대형 사고나 참사는 없었다. 오히려 훈훈한 휴먼 스토리들이 전해진다. 어둠 속에서 서로가 위로하고 생면부지의 사람들끼리 도움을 주며 견뎌냈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9.11 사태의 학습효과다. 맞다. 그 어떤 재난이라도 숭고한 인간애의 ‘사랑지수’가 높아지면 결국 극복된다는 교훈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는 생각이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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