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죽으면 어디로 갈까. 두 말할 것도 없다. 지옥이다.
하는 짓이라고는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남의 잘못된 일만 있으면 껴든다. 자기 주제는 파악 못하면서 남의 일에 건건이 비판적이다. 또 시건방지기는….
게다가 한국의 지극히 높은 분에 따르면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아주 질이 안 좋다. 한마디로 악질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죽어 지옥’은 따 놓은 당상이다.
이 ‘악질 기자’들의 병폐를 보다 못해 한국의 국정홍보처란 곳에 근무하는 한 당상관 나리가 그 어려운 영어로 아시안 월스트릿 저널이라는 대국(大國)의 신문에 기고를 했다.
“많은 한국 기자들은 기초적 사실이나 중요한 부분을 확인 않고 기사를 쓰는 경향이다… 정부부처마다 긍정적 기사를 기대하면서 중요하다 싶은 기자들에게 술과 식사를 대접하고 정기적으로 돈 봉투를 돌렸다…”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 기자라는 무리는 한 마디로 파렴치범에 다름 아닌 집단이다. 매일 같이 공갈에, 공술에, 공돈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는….
기고는 이런 목적으로 이뤄진 모양이다. 이런 파렴치범들이 저질러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현 한국 정부가 얼마나 의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지 대국의 신문이 제대로 알아 달라는 것.
일종의 읍소(泣訴) 같다. 그 충정이 자못 절절해 하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파렴치범에 다름 아닌 기자’들이 들고 일어서자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 표현이 잘못됐다는 변명이다.
여러 가지로 스타일이 구겼다. 홍보처라는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영어가 그 수준이라니…. 그리고 경위야 어찌됐든 스스로가 오보임을 밝혔으니 ‘오보와의 전쟁’이란 구호가 머쓱해졌다.
진짜 문제는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대국의 신문이 당초 기대와 다른 전혀 반응을 보여서다. 아시안 월스트릿 저널은 하필이면 한국의 집권층이 가장 싫어하는 신문을 인용해 오보 해프닝의 시말을 밝힌 것.
이렇게도 볼 수 있겠다. 초록은 동색이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기자란 무리는 마찬가지 파렴치범 집단이다. 그래도 대국이니 조금은 났겠지 싶어 읍소형 글을 보낸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그건 그렇고 다시 한번 던지는 질문이다. 기자는 죽어 어디로 갈까. 지옥이다. 맞다. 천국에는 기사가 될 일이 도무지 없으니까. 썩은 정치인도, 아첨이나 일삼는 당상관 나리도, 부정부패도 없으니 천국서는 기자가 할 일이 없는 거다.
기자는 죽으면 그래서 그런 부류들이 우글거리는 지옥으로 간다고 한다. 그 가는 곳은 정확히 말하면 지옥의 기자실이라고 했던가.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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