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미루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포도 밭과 와이너리들이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이 곳 나파의 날씨는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사시사철 온난하며 건조한 기후, 이글거리는 태양의 풍부한 일조량으로 당도가 높은 포도의 재배지로 유명하며 따라서 포도주 최고의 산지로 꼽힌다. 이 곳 나파벨리와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소노마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주가 미국 전체 생산량의 95%를 차지한다고 한다.
맛있는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론 잘 익은 좋은 포도를 선택해야 한다. 좋은 품종의 포도와 함께 여러 단계의 성숙 과정과 특별한 제조 공정이 어우러져야 한 병의 향기로운 포도주가 만들어진다. 곳곳의 와이너리에 있는 시음 장에서 다양한 포도주의 맛에 기분 좋을 정도로 살짝 취하여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르기도 하고 와이너리 특유의 포도주 잔도 구할 수 있었다. 한 모금의 포도주에는 지난 여름의 따가운 햇빛, 태평양을 건너온 바다 바람 그리고 대지의 숨결까지도 담긴 듯 하였다.
포도의 품종에 따라서, 제조법과 숙성 기간에 따라서, 그리고 포도 경작지의 토양과 기후에 따라서 저마다 다른 맛과 품질을 지니게 되는 포도주는 그러한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듯이, 우리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우리는 저마다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모습으로 삶을 영위한다.
지난 여름 유럽은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사상자와 산불 피해가 날로 확산되는 가운데 유독 포도주 생산업자들의 얼굴에서만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에 의하면 수주 째 폭염이 강타하고 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포도주 생산업자들은 2003년이 지난 수 십 년을 능가하는 최고 의 ‘빈티지(포도수확) 해’로 기록될 것이란 기쁨과 흥분에 들 떠있다고 한다. 그렇게 폭염과 가뭄을 이겨낸 포도 나무에서 가장 당도가 높은 포도가 열리듯, 어려움을 지혜롭게 이겨내고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는 깊고 진한 인생의 향기가 스며 있을 것이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말처럼 당면한 시련과 어려움은 보다 순도 높은 삶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맑은 포도주 한 잔을 마시며 배운다.
뉘엿뉘엿 해질 무렵, 넓은 포도 밭 언덕에 서서 바라보는 황혼은 온통 포도주 빛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산다는 일이 결국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면 나 또한 오늘도 길을 떠나는 사람처럼 길의 한가운데 놓여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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