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금 인하·마약법 철폐·포르노 홍보…
▶ 주한 미군 복무를 주요경력으로 내건 후보도
등록금 인상분을 반환하라. 마약관련법을 몽땅 없애겠다. 포르노배우로 산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줄 아는가.
대학가 시위대의 구호도 아니다. 마약관련법 위반으로 철창신세를 진 전과자들의 외침도 아니다. 어느 윤락녀의 소신발언도 아니다. 불과 나흘앞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선거에 도전한 군소후보들의 공약 아닌 공약이다.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지사 지망생’은 자그마치 135명. 그렇다고 하나같이 표밭갈기에 열심인 것도 아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공화당)·크루스 부스타만테(민주당)·탐 맥클린톡(공화당) 등 몇몇 유력후보들 말고는 아예 중도하차(애리아나 허핑턴 후보)를 선언하거나 이름만 걸어놓은 채 ‘잠자는 후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그밖의 후보들’이 내건 출사표는 더욱 가관이다. 캘리포니아주 살림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는 듯 자기선전이나 개인적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산호세 출신으로 UC샌디에고 3학년생인 대이얼 와츠(21·녹색당) 후보는 지난해 공립대 등록금이 30-40%나 오른 데 자극받아 출마했다며 내 목표는 차기 주지사가 되는 게 아니라 이번 선거 주요 출마자들에게 ‘보다 낮은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샌디에고 출신 홀아비후보 조지 슈워츠맨(57·무소속)은 두 자녀를 키우면서 깨달은 것인지 의약품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 공립학교에서 정크푸드를 추방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후보 등록때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던 주부 겸 포르노배우 메리 메리 캐리 쿡(23·무소속)은 포르노배우 노릇을 한다는 게 바보같은 짓은 아니다 여성들에게 누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등 당당하게 애로배우 예찬론을 펼친 뒤 소위 상류층이나 중장년층만 주지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출마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또다른 배우출신 후보 개리 웨인 콜먼(35·무소속)은 나는 당선가능성은 가장 낮겠지만 지사직은 가장 잘 수행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형법 전문 변호사로 LA 베벌리 힐스에 살고 있는 브루스 마골린(61·민주당)은 지난 30년동안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해 투쟁했다며 모든 마약관련법은 납세자의 돈을 축내는 것인 만큼 차제에 이를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E. 스미스(56·무소속)라는 베트남전 참전용사도 당선되면 마약과의 전쟁을 중단시키고 마약관련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된 모든 캘리포니아인들을 복권시키는 한편 이들을 단죄하고 감옥에 수용하는 데 소요되는 돈을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스모(일본 전통씨름) 선수인 커트 타키카제 라이트마이어(39·무소속)는 공약다운 공약은 전혀 없이 스모는 빠르고 민첩하고 무시무시한 경기라는 등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았고 네드 로스코이(43)는 독립당 후보는 로토 당첨 확률보다 주지사 당선 확률이 높다고 출마동기를 밝혀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한인들의 눈길을 끌 만한 후보로는 새크라멘토 출신 민주당원 찰스 척 피네다 주니어. 올해 63세인 그는 육군 복무 시절 59년부터 61년까지 주한 미군에 배속돼 한국의 지형조사에 참여했음을 주요 경력사항의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것뿐. 그는 더 이상의 한국관련 언급 없이 독립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을 대변하겠다는 아리송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
한편 후보들의 정당별 분포에서는 민주당이 50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의 자중지란보다는 이번 소환선거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뛰어든 골수 민주당원들이 많은 탓이다. 민주당에 이어 공화당(35명)과 무소속(27) 후보들이 그 뒤를 잇는 가운데 녹색당(3명) 자연법당(2명) 독립당(2명) 등 군소정당 소속 출마자도 일부 가세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와 50대가 똑같이 37명씩, 30대와 60대가 나란히 24명씩인 가운데 20대 출마자도 7명이나 나왔다. 최연소 후보는 산호세 출신으로 퍼시픽대 3학년생인 바이런 퀸으로 불과 20세. 반면 최고령 후보는 70세인 샌디에고 출신 칼 미어(공화당)가 차지했다. 아시아계 후보로는 중국계와 베트남계가 각각 1명, 인도계 파키스탄계 이란계도 1명씩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한인 후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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