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럽다(mercurial). 가치판단 같은 건 결여된, 아주 냉한 거래적인(transactional) 접근방법을 구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치 스타일, 특히 외국정부와의 관계를 설명할 때 자주 들려오는 말이다.
전통적인 외교 규범은 무시된다. 미국이 중심이 되어 구축해온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미 해외정책의 기본 구조도 마구 흔들어댄다. 트럼프 마음대로라고 할까. 더 심하게 말하면 천방지축 날뛰어왔다고 할까.
그래서인가. 트럼프 해외정책에 늘 따라다는 것은 비판이었다. 관세정책이 그렇다. 처음에는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는 기염을 토하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정책은 말 그대로 변덕에서 변덕으로 일관, 유럽의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해왔다.
2025년이 그 끝자락을 드러낸 시점.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2기 첫해의 해외정책에 대한 평가는 부정보다는 긍정으로 기울고 있다.
이와 함께 ‘2025년의 최대 패배자(Loser of The Year 2025)’의 윤곽도 굳어지고 있다.
‘트럼프 해외정책과 관련한 주요 비판들은 나름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상당히 고무적인 측면도 있다. 그 중 세 가지가 놀랄 만큼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월터 러셀 리드의 지적이다.
그 첫 번째로 이란의 패퇴를 들었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이은 미국의 벙커버스터 투하로 이란의 핵무장은 좌절됐다. 동시에 와해된 것은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회교 시아파 신정체제 이란의 파트너들로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위상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퉁명스럽기 짝이 없다고 할 정도로 유럽과 일본을 흔들어 댔다. 서방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공통의 가치관 같은 건 아예 팽개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공짜 안보는 없다는 식으로 매몰차게 몰아쳤다. 그 아주 냉한 거래적인 접근방식이 그런데 뜻밖의 효과를 냈다.
심각한 안보상황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할까. 유럽은 1000 여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약과 함께 대대적 군비증강에 들어갔다. 일본도 국방비 증액과 함께 대만 유사시 적극 대처방안을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사태 진전을 그 두 번째 놀랄만한 긍정적 효과로 지목했다.
세 번째로는 서반구에서 돌아가는 사태를 들었다. ‘마약 카르텔과 유착된 마두로 체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전복)는 불가피하다’- 이 같은 공개적 선언과 함께 항모전단까지 출동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대대적 봉쇄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유조선 나포다.
이 작전은 단순한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체제 고사(枯死)만 노린 것이 아니다. 사실상의 21세기 먼로주의정책으로 서반구, 특히 카리브 해는 미국의 내해(內海)임을 ‘힘의 과시’를 통해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과 러시아에 강력한 접근금지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이 지역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
프리 비컨의 마이크 왓슨도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첫 1년을 충격과 기쁨이 교차하는 광란의 해로 묘사하면서 트럼프는 결국 2025년을 승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조용한 설득을 통한 외교노력에서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보다 강력한 방법을 통한 미국의 이해 증진에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어지는 그의 지적이다.
지난 6월 펼친 ‘한밤중의 해머’(Midnight Hammer)작전이 그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뒤이어 B-2 스텔스 폭격기를 출격시켜 벙커버스터로 이란 핵시설을 파괴 했다. 이는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작전으로, 미국과 동맹 협력의 ‘골드 스탠다드’가 되고 있고 트럼프를 승리자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진단과 함께 ‘2025년의 최대 패배자‘, 그 제 1후보로 이란의 회교 시아파 신정체제 최고 권력자 알리 하메네이를 꼽았다.
36년 통치기간 동안 이란을 탄도미사일 병기창으로 만들면서 핵에도 손을 대왔다. 동시에 심혈을 기울여 육성해온 것이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다. 2023년 10월 7일에는 하마스를 비롯한 그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일제히 작동, 1200여명의 무고한 이스라엘인들이 학살됐다.
아마 이 때가 하메네이 생애의 절정기였는지 모른다.
곧 전개된 이스라엘의 반격, 그리고 미국의 벙커버스터 투하와 함께 그의 야망은 좌절됐다. 돌이킬 수 없는 패배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만 것. 이란이 자랑하던 탄도미사일 병기창은 물론, 핵시설도 파괴됐다. 동시에 와해된 게 하마스, 헤즈볼라 등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다.
‘하메네이의 최대패배자 제 1후보 자격은 박탈될 수도 있다.’ 2025년이 이제 며칠 안 남았다. 그 기간 동안 베네수엘라의 마두로가 제거되면 그 타이틀은 마두로의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부연의 설명이다.
하메네이와 마두로, 두 독재자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 ‘셰셰’하며 머리를 조아려온 사실이다. 그런 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운을 맞게 된 것이다.
‘흉한(兇漢)과 가까이 하다가는 비명횡사(非命橫死)를 할 수가 있다’- 국제정치 현실에서도 통하는 말일까. 그렇다면 다음 후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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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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