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한국은 일찍 물러난 가을 탓에 쌀쌀했다. 그 때문인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 붙어 있었다.
오랜만에 신림동 재래시장을 찾았다. 거기서 만난 시장 상인들은 한결같이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곳의 상인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전년보다 경기가 나쁘다”를 몇 년째 계속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택시운전사들은 손님이 없다고 울상이다. 30분 기다려도 몇천원 벌기도 힘들다는 것. 농촌은 태풍 매미 등 잦은 비와 냉해로 일년농사를 망쳤고 이로 인해 배추 값 등이 폭등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기자가 3년만에 다시 찾은 한국은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거창한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경기가 위축돼 있었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한결 같은 소리는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더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최근 한국 도시가구의 10가구 중 한가구 꼴인 전체 10.1%가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 92만8398원)에 미달하는 ‘절대빈곤’으로 나타났다. 이는 96년의 5%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가구주의 실직으로 무직자 가구 빈곤층이 크게 늘어났다. 때문에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을 가면 주부사원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가장의 실직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내들일 것이다.
이처럼 못가진자들이 절망하는 사이 IMF이후 고금리와 묻지마 투자, 천정부지로 뛴 일부 아파트 값 차익 등으로 가진사람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물가는 매년 오르는 반면 가계수입은 오히려 줄어 기형학적 경제구조를 낳아 성실히 일해온 국민들은 정말 살기가 어려워졌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고 일자리는 있어도 수입이 적어 빈곤을 면치 못하는 신빈곤층이 양산되고 있으며 폐업하는 중소기업과 상가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 주소다.
또한 20,30대 젊은 실업자들도 넘쳐나고 있다. 평일 오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젊은층이 유난히 많았는데 아마 대부분 청년실업자들일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소홀히 하는 틈에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10%대에 다달았고 각종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신용불량자 수도 이제 3백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기자가 놀란 건 이제는 사라졌을 법한 지하철 앵벌이와 지하도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을 예년보다 더 흔히 만나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는게 모두 빡빡해서인지 실제로 이들에게 돈을 건네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 한국은 투자와 생산 소비가 모두 뒷걸음질 하고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국민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뚜렷한 경제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 치는 국민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겨울이 이들에겐 더욱 더 원망스러울 것이다
<김현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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