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LA 한인 사회의 은행 수는 10개에 이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2~3개 더 생길 전망이다. 이 정도 규모의 커뮤니티에서 한인 은행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현직 은행장들의 입을 통해 들어본다.
합병·인수로 규모 키워야 (유재환/ 한미 은행장)
한국에서 은행계에 오래 있다 미주 한인 사회에 와 보니 여러모로 다른 점이 느껴진다. 한국은 오랫동안 금융권이 다른 분야에 비해 낙후돼 있었으나 97년 IMF 사태 이후 많이 개선됐다. 아직도 관치 금융의 폐단이 전혀 없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이제는 상당 부분 경영 합리화가 이뤄졌고 대출 결정도 외부 압력이 아니라 얼마나 리스크가 있느냐에 따라 내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원 감축으로 수많은 행원들이 옷을 벗어야 했으나 발전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주의 한인 은행들은 금융 선진국에 자리잡은 탓으로 제도 등은 잘 정비돼 있으나 한국처럼 급격한 변화를 겪지 않아 어느 정도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것도 사실이다. 부임 후 한미 은행 창립이래 최대 규모의 지점장 인사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민 사회의 특수성 때문이겠으나 아직도 숫자가 아니라 얼굴을 보고 거래가 이뤄지는 관행이 남아 있다. 이 또한 점차 고쳐가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보다 한인 은행이 한 단계 도약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규모의 확장이다. 과히 크지 않은 한인 사회에 지금도 군소 은행이 많은 데 앞으로도 여러 개가 더 생길 전망이라고 한다. 새로 생긴 은행들의 규모는 한미 은행 다운타운 지점 하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작은 은행이 늘어나는 것은 은행 설립자의 에고는 만족시켜줄지 모르지만 커뮤니티 발전에는 도움이 안 된다. 한인 은행간에 인수·합병이 활발히 일어나 규모가 커져야 경영 효율도 높일 수 있고 덩치가 큰 론도 해 줄 수 있다.
지금 매물로 나온 퍼시픽 유니온 은행(PUB)를 로컬 은행이 인수할 경우 한인 사회에도 중국 커뮤니티에 맞먹는 규모의 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 지금 한인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은행 수의 증가가 아니라 은행 규모의 확대이다.
규모 부풀리기 최선 아니다 (임봉기/ 유니티 은행장)
한인 사회에 은행이 자꾸 늘어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인 사회 규모가 커진 만큼 은행도 규모를 늘려 이에 걸맞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몸집을 부풀리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지금 한인 은행들의 대출 한도는 대략 1,000만 달러 선이다. 현재 한인 비즈니스 규모로 볼 때 이 액수가 넘어가는 론은 거의 없다. 또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두 은행이 함께 론을 해주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풀어갈 수 있다.
2,000~3,000달러의 론은 동네 전체를 좌우하는 정도 규모로 만에 하나 잘못되는 날에는 은행은 물론이고 커뮤니티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한 때 잘 나가던 시큐리티 퍼시픽 은행이 사라진 것도 중가주에 6,000만 달러 짜리 론을 한번 했다가 틀어지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또한 한인 은행은 많은 한인들에게 안정적 직장을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인수·합병으로 은행 수가 줄어들면 이들 인력 중 상당수가 갈 곳이 없게 된다. 한인 금융 인력을 키운다는 장기적인 차원에서도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인 은행 수가 줄어들어 독과점 현상이 일어날 경우 이것이 과연 고객 입장에서 유리한 것일까. 지금 한인 고객들이 매년 보다 나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은행간의 경쟁 때문이다. 몇 개 은행이 한인 시점을 독과점 할 경우 이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한인 은행들이 규모를 늘리고 싶으면 굳이 작은 한인 은행을 상대로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소 은행을 사 미국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방향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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