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저녁, 한국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중견작가 양귀자씨와 임철우교수의 낭독회를 취재하기 위해 하와이대학 한국학센터로 향했다. 본국에서 워낙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인데다 대학시절 두 작가의 작품을 어줍잖게 읽어본 인연도 있어 취재를 핑계삼아 한번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픈 심정에 길을 서둘렀다. UH로 가는 도중 때마침 하와이 대학의 배구시합이 있는지 학교로 향하는 진입로가 몰려드는 차량으로 잠시 정체되었다. 멈춰선 차안에서 차밖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두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하와이 대학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다. 하와이에서 하와이대학은 단순한 상아탑의 역할과 기능을 뛰어넘어 주전체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정신적 메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비 흩뿌리는 주말 저녁, 저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행렬이 마치 성지순례를 향해 떠나는 신도들의 행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나와 저 대열이 향하고 있는 차선의 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정체성이었다. 저들과 다른 차선에 서서 이방인의 눈으로 오늘 무슨 일 있나 하고 뒷북치고 있으니 아직도 주류사회와 동떨어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드디어 한국학센터에 도착했다. 친숙한 팔각정과 듬직스러운 기와건물이 은은한 불빛속에 서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보아도 낯익은 모습, 편안한 고향의 모습이었다.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대학 건물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전통양식으로 건립된 하와이대학 한국학센터는 본관은 경복궁 근정전을, 팔각정은 경복궁 향원정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하와이대학은 1943년 5월4일 미국대학 중 최초로 한국문화 관련논문과 서적을 갖춘 한국도서실 설치를 시작으로 1954년 한국어 강의, 1963년 첫 한국사 강좌에 이어 1972년 한국학 연구소를 설립하여 한국학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하와이대학은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정점에 한국학센터가 있어 하와이대학을 한국학의 메카라고 부르는 것이다. 무대는 다시 낭독회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계바늘이 시작시간을 알리고 있는데 행사 관계자들을 제외하곤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없어도 너무 없어 민망할 정도였다. 불현듯 괜시리 미안한 마음과 아쉬움이 더했다. 왜냐하면 이민 백주년을 맞아 하와이대학 한국학센터에서는 많은 크고 작은 행사가 줄지어 열렸지만 한국학센터에서 개최한 행사치고 일반인들이 흥미를 갖고 찾아와 붐빈 행사는 내 기억에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주최측인 한국학센터의 홍보부족인가, 아니면 한인동포사회의 참여의식 결여인가. 조금전 체육관으로 향하던 긴 차량행렬과 같은 행렬이 왜 이곳으로는 향하지 않았는지 자문해 보았다. 한국학센터가 한국학의 진정한 메카로 거듭나려면 학자들만이 들끊는 장소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흡인력을 보여야 한다. 메카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종교학자가 아니라 일반 민중이란 사실을 다함께 생각해 보자.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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