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2월7일.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공격 했다. 그런데 선전포고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민들이 격분했고 그만큼 일본인에 대한 증오심도 맹렬했다. 자연히 미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도 증오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나의 모국’과 ‘미국’이 싸우게 될 경우 내가 소속되어 있는 커뮤니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진주만 기습은 이점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마이너리티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미국 시민권자인데도 모국과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인들은 ‘나’를 미국시민으로 대접해 주지 않으려 한다. 요즘 아랍계 미국인들이 이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일본인 강제수용소에 보내진 2세 중에 조세프 쿠리하라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출생한 미국시민이었고 미군에 복무한 후 제대한 재향군인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수용소로 보내지자 울분을 참지 못해 당국에 항의하다 감옥에 수감되었고 전쟁이 끝나자 스스로 일본을 조국으로 선택한 후 일본 국민이 되어 버렸다.
’니세이’(2세)의 대부분은 미국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미전시사령부의 지시를 따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미당국도 JACL(일본인 미국시민연맹)의 리더십이 잇세이(1세)로부터 니세이로 넘어가는 것을 원해 1세 커뮤니티 지도자들을 계획적으로 대거 연행했으며 그 공백을 2세들이 메우도록 유도했다.
심지어 수용소 내에서는 영어만 사용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1세들이 대표로 선출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았다. 진주만 기습사건을 계기로 일본 커뮤니티 내에 세대교체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미국의 적국이었다. 그런데 미국 내 독일계와 이탈리아계는 왜 강제수용 하지 않았는가. 미정부가 유럽인과 동양인을 인종차별한 것이다. 이것은 후일 미국 정부 특별조사반에서 공식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지금 미국이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겪는 당황함도 이런 종류의 실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거주 일본계가 된서리를 맞은 데에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인 손이 있었다. 미국인 농장주들이다. 이들은 일본인들이 대거 부지런을 떨며 캘리포니아 농업을 장악하고 있는데 대해 극도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때마침 진주만 기습이 있자 언론과 정치인들을 동원해 강제수용 여론을 부추겼다.
LA타임스마저 독사는 어디에 가서 알을 까도 결국 독사를 낳게 된다며 저패니스 아메리칸의 미국 동화 불가능을 역설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용감하고 양심적인 미국인도 있었다. 아이젠하워 장군의 동생인 밀튼 아이젠하워는 일본인 강제수용 책임자로 임명되자 과감한 시정책을 당국에 건의했으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국의 비인도적인 행진에 양심상 동참할 수 없다며 사직했다. 그는 후임자에게당신이 이 직책을 맡고 난 후 밤에 잠을 잘 수 있기 바라오라는 말을 남겼다.
미국이 일본계를 강제 수용한 대의명분은 저패니스 아메리칸들의 간첩활동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종전 후 밝혀진 결과를 보면 미일전쟁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다 체포된 간첩 10명중에는 일본계가 한 명도 없었으며 모두 백인들이었다.결국 저패니스 아메리칸은 아무 죄 없이 3년이라는 긴 세월을 미국사회의 집단편견 때문에 수용소에서 보낸 셈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워싱턴, 링컨과 함께 ‘위대한 대통령’ 명단에 올라 있지만 일본계 강제수용을 명령한 악명 높은 ‘긴급조치 9066호’를 사인하는 실수를 범했다.
나의 조국과 미국이 전쟁하게 될 경우 최대의 정신적인 피해자는 1세가 아니라 2세라는 교훈을 남긴 것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저패니스 아메리칸 강제수용 사건이다.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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