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사라지게 만든다. 당초 예산보다 훨씬 더 쓰도록 한다. 무엇이 이렇게 하는가. 크레딧 카드다. 이건 마치 주술이라도 걸린 것 같다.
그걸 사람들은 ‘크레딧 카드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던가.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면 씀씀이가 헤퍼진다는 사실 말이다.
얼마나 더 헤퍼지나. 한 연구팀이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두 배 이상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한 케이스는 이렇다.
MIT 비즈니스 스쿨 학생 64명은 최근 빅 이벤트 야구경기 티켓 구매에 나섰다. 절반의 학생에게는 현금지불 방법만 제시됐고 나머지 그룹은 크레딧 카드 사용만 허용됐다.
현금 사용 그룹은 평균 28.51달러를 티켓 구입에 썼다. 크레딧 카드 그룹은 60.64달러. 같은 티켓 구입인데 배 이상을 지출한 것이다.
게다가 100달러 이상 쓴 학생이 20%가 넘었고 개중에는 300달러를 쓴 학생도 있었다. 한 마디로 카드가 유죄였던 셈이다. 다른 케이스 연구조사도 비슷한 결론이다.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면 왜 헤퍼질까. 지갑에서 돈이 나갈 때 사람들은 일종의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크레딧 카드를 사용할 때는 그런 고통에 무감각해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말하자면 크레딧 카드는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멘탈리티를 형성시킨다는 것이다.
LA타임스가 카드를 마구 쓰다가 빚더미에 위에 앉게 된 한국 이야기를 다루었다. ‘흥청거리고 쓴 뒤 날아온 청구서’를 보니 한국민은 무려 5,200억달러를 썼다는 거다.
그 결과 1인당 1,000달러의 빚을 지게 됐고 360여만명이 도산 상황에서 부도 인생이 됐다는 이야기다.
평범한 근로자가 많게는 25장의 크레딧 카드를 발급 받아 수십만달러의 현금 인출에 사용할 수 있었다. 노숙자들까지 크레딧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 카드 위기를 맞은 한국의 이런 저런 상황들이다.
이쯤 되면 크레딧 카드는 마약과 다름없어 보인다. 개인재정이 파탄이 난다. 탄탄하던 기업이 무너진다. 이게 다 카드 탓이다.
카드 남발이 과소비 집단 중독증세를 유발해 한 국가사회의 질서를 근본부터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카드 망국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크레딧 카드 사용 빈도가 높은 계절이다. 이대로 써도 좋은지 한번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옥세철 논설실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