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9.11테러 이후 이슬람권과 서양 세계가 `문명 충돌’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상호 관용의 정신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다.
아난 총장은 이날 독일 튀빙엔 대학에서 한 연설을 통해 아무도 무고한 시민들을 죽일 권리가 없으나 사람을 자포자기로 만드는 이유들도 밝혀내야 한다면서 9.11 자살 테러와 이를 초래한 미국 등 기독교권 국가의 태도를 함께 비판했다.
그는 서양 문명과 이슬람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면서 소수의 테러리스트들이 이슬람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행동을 보고 이슬람을 판단하거나 그 신자인 무슬림을 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서구에서 이슬람 배척이 확산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그는 또 누구도 특정한 정치체제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절대적 권한이 없으며, 자유나 법치주의 등을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일 수록 자신 뿐아니라 친구와 적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서구의 일방주의적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오도된 세계화’로 인해 나라들 간의 그리고 한 사회 내부에서도 부자와 빈자, 힘센 자와 힘없는 자 간의 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릇된 세계화는 또 많은 공동체들 내의 독자적 가치관들을 위축시켰으며, 다양한 가치체계의 파괴는 또다시 이들 역시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배척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국제적 논쟁이 전쟁과 평화에 집중되면서 가난 및 굶주림과의 전쟁, 사회적 형평성 등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는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한스 큉 튀빙엔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세계윤리재단 주최로 열린 이날 연설에는독일 국내외 인사 약 3천 명이 참석했다.
아난 총장은 당초 큉 교수의 생일을 즈음해 지난 4월 연설키로 돼있었으나 이라크전을 둘러싼 현안들 때문에 늦어졌으며, 독일 정부와 이라크 복구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문하는 길에 튀빙엔에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큉 교수는 현존하는 최고의 가톨릭 신학자이자 세계종교인평화회의 공동의장으로 기독교 교회의 변화와 종교의 다원성, 상호 이해와 인정을 강조해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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