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헌법안 합의 실패
유럽연합(EU)의 15개 회원국과 10개 가입 후보국 정상들은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헌법 최종안을 승인하기 위한 회담을 가졌으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EU 헌법은 내년 5월 동유럽 10개국 추가 가입으로 인구 4억5,000만 명에 경제 규모면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초대형 국가’로서의 EU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통일된 법적 토대이다.
BBC 방송은 13일 “최악의 경우 앞으로 수년 간 헌법 제정에 실패하더라도 그 동안의 유럽통합 과정에서 마련한 다양한 조약들을 통해 EU는 그럭저럭 굴러 갈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내년 5월 이후 EU가 겪을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예고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쟁점은 ▲의사결정 시 회원국 수와 인구를 모두 참조하는 이중다수결제 채택 ▲상호방위조약 체결 ▲헌법에 기독교적 문구를 포함시키는 문제 ▲유럽의회의 예산권을 현재의 50%에서 100%로 확대할 것인가 등이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폴란드와 스페인이 끝까지 이중다수결제를 거부하면서 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참가국들은 유럽통합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강대국들과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중소국으로 나뉘어 서로를 탓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은 폴란드와 스페인에 대해 “순번 의장국인 이탈리아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는 성의까지 보였으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폴란드는 “폴란드를 비롯한 중소 규모 회원국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맞섰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유럽통합을 주도할 ‘선도 그룹’을 창설하자는 카드를 제시했다. 25개국을 다 함께 끌고 가기 힘들 바에야 우선 의지가 강한 나라끼리라도 통합을 적극 추진하자는 계획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지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계획은 통합이라는 기본이념에 맞지도 않고, 선도 그룹과 후발 그룹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 25개국은 내년 3월 정상회담 때 헌법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다양한 쟁점에 대한 일괄타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상들이 극적으로 만장일치로 헌법안을 승인한다 해도 각국 의회 승인과 국민투표 절차를 남겨두고 있어 EU 헌법의 탄생까지는 최소 몇 년을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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