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역에 55개의 궁전을 지었던 독재자의 마지막 은신처는 6피트 깊이의 구덩이였다.
세균에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방문객에게 면담 전 반드시 목욕부터 할 것을 요구해 온 사담의 구덩이는 쓰레기 더미에 둘러싸여, 악취에 찌든 무숙자들의 임시거처와 다를 바 없었다.
구덩이가 발견된 헛간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나뭇가지와 철제골조를 얼기설기 이어 인디언 천막처럼 만들어놓은 헛간 안에는 두 개의 방이 있었는데, 침실로 사용하는 방에는 회색 바지와 타월 등 더러운 옷가지가 빨랫줄에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침대 위에 깔린 꽃무늬 담요도 꼴사납긴 마찬가지였다.
바닥에 놓인 박스 안에는 슬리퍼 한 켤레, 아랍 잠옷, 흰색 T셔츠와 박서 두 켤레, 식당에 놓인 소형 냉장고에는 바운티 캔디 바와 핫도그 몇 개, 7-up 한 캔이 담겨 있었다. 카운터에는 먹다 남은 빵과 밥이, 싱크에는 설거지를 하지 않은 식기들이 한가득 쌓여 있어 도피생활의 고단함을 짐작케 했다.
헛간 밖의 사정 역시 형편없었다. 헛간 옆으로 화장실로 쓰인 듯한 도랑이 길게 파져 있었고 마당에는 부서진 의자, 빈 병, 플래스틱 봉지, 쓰레기, 썩은 과일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런 곳에 숨어 지내던 왕년의 독재자가 미군에 저항을 시도하거나 자살하지 않고 순순히 잡힌 것도 신기한 일.
같은 독재자지만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소련군이 베를린으로 접근하자 지하 벙커에서 자살했고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는 스위스로 도주하다 이탈리아 파티잔에게 잡혀 정부인 클라레타 페타치와 함께 처형됐다. 이들의 시신은 밀란 광장에 거꾸로 매달려 일반에 전시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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