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100년이란 화려한 잔치를 접고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2003년의 끝자락은 우리들에게 그 어느해보다 더 복잡한 상념을 갖게 하는 듯 하다. 2003년 12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지나간 100년을 축하하고 새로운 100년의 시작을 준비하는 경계선상에 서 있기에 ‘03년과 ‘04년의 숫자 의미가 더욱 더 무겁게 다가 오는가 보다. 이런 저럼 상념속에 지난 주말 개최된 무명애국지사 추모제 소식을 접하며 문득 하와이에 남겨진 한인이민 100주년 유적지를 되돌아 보게 된다.
추모제가 열리기 일주일전 기자는 언제나 신문사 출근길에 만나게 되는 파아와공원을 지나다 다시한번 차를 돌려 이곳을 둘러보았다. 그 날 한인 이민100주년 조형물 옆에서는 그리 넓지도 그렇다고 협소하지도 않은 흰 텐트가 쳐졌고 그 텐트안에서는 어린이들의 피아노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물론 로컬주민들의 행사였지만 이민100년 조형물 바로 곁에서 열리고 있는 그 행사가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일주일후 12일에는 무명 애국지사를 위한 추모행사가 총영사관에서 열렸다.
한국 국가보훈처의 액수 미상의 지원금으로 열린 이날 추모제는 바쁜 이민생활 때문인지 한인동포보다는 관계자들과 한국으로부터 날아온 ‘객’이 더 많았던 행사였지만 개원식 이후 잊고 지냈던 독립문화원에 대한 기억을 한인들에게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행사였다.
2003년 한인 이민100년이란 역사적 이벤트를 치르며 하와이 한인사회는 멀리 와이루크지역 공동 묘역에 세워진 이민선조 추모비를 비롯해 한인타운 인근 영스트릿과 킹스트릿에 연한 파아와공원에 건립된 기념 조형물, 릴리하 계곡 루크애비뉴에 위치한 옛 국민회 자리를 매입해 개조한 독립문화원과 그곳에 세워진 무명애국지사 추모비외에도 이웃섬 마우이 아아오계곡에 세워진 한국관등 결코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이민100년 유적지를 보유하게 되었다.
보유와 더불어 한인커뮤니티는 이들 유적지들을 세월속에 방치하기 보다는 우리들의 생활속에서 함께 숨쉬는 문화공간으로 가꾸어 나가야 하는 역사적 과제를 부여 받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 문화유적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할 것인데 파아와 공원에서의 피아노 연주회가 그 해답을 제공해 주는 듯했다. 즉 유적지 인근에서 거창하지 않지만 차세대가 함께 동참하는 우리들 생활속의 크고 작은 행사를 함께 치루어 나가는 것이다. 지난 10월 아이에아 한인사회학교 학생들이 매년 개최하는 가을운동회를 대신해 와이루크 이민선조 묘역과 와아파후 플랜테이션빌리지 한국관을 견학한 것과 같이 오아후내 한글학교들과 각 교회 주일학교가 이민사적지 답사 프로그램을 활성화 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개원 1년이 지나도록 커뮤니티와 연계하는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고즈넉한 주택가에 ‘개인 저택’ 수준으로 방치되어 있는 독립문화원이 올해처럼 매년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추모제를 추진한다면 그 시기에 맞추어 이곳 이민사적지를 경민학원 관계자들의 범위를 넘어 한국인들의 역사탐방 학술프로그램으로 개방, 운영해 가는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민100년 조형물이 세워지던 지난 1월 파아와공원을 찾았던 인파의 ‘1/10’이라도 매년 하와이 곳곳의 유적지에 동원할 수 있다면 새 이민100년 역사 맥 잇기 이벤트 흥행은 성공작이 될 것이다.
<신수경 편집국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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