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명력 있는 무추위가 되기를
12월, 매서운 한파가 가로수 줄기를 세차게 때리고 지나면 밤새 내린 함박눈이 가로수 밑동을 에워싼채 꽁꽁 얼어붙어 있고 앙상하게 남은 가지들은 지나는 바람따라 이리저리 맥없이 흔들리는 그립지만, 몸서리 쳐질 정도로 추웠던 한국의 겨울을 우리는 기억한다.
동장군에 푹 파묻힌 가로수를 바라보며 언제나 저 가로수에 잎이 피고 열매가 맺힐 것인가 쓸데없는 근심으로 긴 겨울을 보내는 사이 소리없이 생명은 봄과 함께 피어오르곤 했다.
12월, 사철 푸르른 야자수 길게 늘어선 지상의 낙원 하와이에 살고 있는 혜택의 대가로 우리는 계절로 상징되어지는 생명의 변화에 다소 둔감해졌다. 축복이 주는 자그마한 손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실 눈에 쉽게 띄지 않을 뿐 이곳 하와이도 무수한 생명의 부침이 매시매초 일어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생명’, 실로 위대한 단어이다. 지난 17일 한국인 하와이 무비자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동포간담회를 보면서 문득 생명, 생명체라는 단어가 연상되었다.
여타 한인 단체나 모임과는 달리 그동안 무비자 추진위원회를 취재하면서 다름아닌 ‘생명’의 역동감을 느끼곤 했다.
처음 태동했을 때만 해도 미미하고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모임이 서서히 성장을 하여 정확하게 6개월만에 동포간담회를 개최할 정도의 제법 커다란 조직으로 우뚝 섰으니까 말이다. 생명이 존속하려면 두 가지 필수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자생력이고 둘째는 주변환경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 무비자 추진위원회는 생존에 필요한 어느 정도의 자생력과 주변환경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이다. 17일 개최된 동포간담회를 보면서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동포간담회가 있기까지 애써온 무비자 추진위원회 위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성과를 과소평가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열정과 헌신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비자 추진위원회 활동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핑계로 몇마디 쓴소리를 적어 본다.
첫째, 정체성 확립이다.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먼저 모임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의 목표성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목표성을 상실하면 그 순간 위선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부나방처럼 모여들지도 모를 인적재원을 선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하고 이름만 올려 놓기 좋아하는 ‘명예파’는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둘째, 투명성 확립이다. 인적, 물적 모든 운영에 대해서 공개해야 한다. 이는 한인단체들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발적인 도덕적 요구이며 바램이다. 투명성의 결여는 분란으로, 분란은 붕괴로, 붕괴는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세째, 공감대의 확산이다. 동포사회의 확고한 지지와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면 모임의 생명은 단축될 수밖에 없다. 동포사회 아니 더 나아가 하와이, 한국인들의 하와이 무비자 달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바로 무추위 무병장수 생명줄이 될 것이기에 이를 위한 지속적이고 기술적인 홍보와 참여동기 유발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 단체로서의 본연의 역할은 뒤로 하고 단체장 명함과 얼굴만 가지고 다니며 커뮤니티에서 행세하는 인사들의 모습을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무비자 추진위원회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순수한 동기로 태동된 생명의 단체가 건강한 성장을 거듭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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