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이 계절, 성탄이나 근하신년 카드와 선물꾸러미를 제쳐놓고 이 계절을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1843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성탄카드는 오늘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지구촌 모든 이들이 평소 전하지 못했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한번 부각시킬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전세계 뉴스 메이커로 부각된 부시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100만통의 성탄카드에 이어 올해에는 50만통이나 더 많은 150만통의 성탄카드를 발송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 소식을 들으며 기자는 문득 그 많은 분량의 카드 발송도 놀랍지만 명단및 관리, 나아가 발송된 카드 모두가 제대로 주인을 찾아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성탄카드의 약발도 적재적소에 발송이 제대로 된 경우의 얘기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정반대의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얼마전 주호놀룰루총영사관에서 배달된 성탄카드를 받아들고 놀란 기억이 새롭다. 당시 언론사에 전달된 ‘팔리발 성탄카드’에는 수취인과 주소가 잘못 기재됨은 물론 그 주소 역시 소재불명의 것이었다. 쉽게 얘기해 주소 자체가 틀림은 물론이고 공화당사에 민주당원 이름앞의 카드가 발송된 것이었다.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헤프닝이 한인커뮤니티에서만 발생했다면 그래도 우리끼리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지만 로컬사회 주요 인사들에게도 혹시 같은 실수가 반복되었다면 그 낭패는...
문득 지난 7월 한미동맹50주년 기념공연 당시 총영사관의 주소로 발송된 초청장으로 인해 발생한 혼선이 생각난다. 당시 혼란은 겉봉투의 주소는 영사관이었지만 내용 우편물에는 영사관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의 연락처가 담겨져 있어 RSVP를 하는 로컬 재향군인들이 혼란을 겪었던 헤프닝이었다.
한국정부를 대신해 이곳에 나와있는 주호놀룰루 총영사관은 한국정부를 대신한다. 따라서 그곳에서 발송되는 어떤 공문서나 전화도 한국정부의 얼굴을 대신하며 그 권위를 갖게된다. 그런 절대적인 역할기대를 갖게하는 곳에서 발송된 우편물에 아주 기본적인 실수가 발생했을 때 기대가 큰 만큼 그 실망도 클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민100주년을 맞은 한인사회는 올해 정통 외무관리 출신의 총영사가 새롭게 부임하며 한미군사외교 중심지 하와이에서 로컬사회와 한인사회를 잇는 수준높은 외교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김창원회장의 무궁화장 수여를 비롯해 한국인 하와이무비자추진운동, 한인사회 각종 현안를 주제로한 간담회등 새 이민100년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커뮤니티 현안들에 대해 총영사관의 지원 역할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수준높은 외교활동 노력이 작은 우편물 하나로 일순간에 일그러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지적하지 않을 없다.
기자가 하와이지사에 처음 입사 했을 당시 하와이를 방문중이었던 현 서울본사 회장이 직접 지사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독자들의 문의에 응답하는 것으로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당시 회장은 신입기자에게 신문사의 전화 한 통은 곧 특종과 직결될 수 있다며 어떤 전화도 무심하게 받지 말라는 당부를 한 기억이 새롭다.
팔리에서 날아 온 우편물을 보며 새해에는 작은 것에서부터 새롭게 기초를 다지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신수경
편집국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