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극성스런 영어 교육바람이 연초부터 또 다시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영어 발음만 좋아진다면 멀쩡한 아이를 수술대로까지 밀어 넣는 한국 부모들의 이상 교육열을 AP 통신이 지난 2일 보도했다.
혀 밑 조직을 절개하는 ‘영어 발음용’ 혀 수술, 임신 때부터 아이에게 영어 자장가를 들려주는 ‘영어 태교’, 학령 전부터 붙여지는 영어 가정교사 등 AP에 소개된 영어 조기교육 바람은 우리에게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영어 바람이 미주 한인들의 안방을 점점 파고들고 있으니 더 이상 단순히 뉴스로 돌릴 일이 아니다.
AP 통신은 “한국의 엄마들은 자녀의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거의 못할 일이 없다”고 꼬집었는데 그중 하나가 ‘염치 불구’이다. 일가 친척이나 친구 등 미국에 연줄이 닿는 사람만 있으면 염치 불구하고 자녀를 떠맡기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의 회사원 A씨가 연초부터 고민에 빠진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 친구가 초등학생 아들을 미국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며 아이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거절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덜컥 아이를 맡을 수도 없어 여간 곤란하지가 않습니다. 어린아이가 부모 떨어져서 자라는 게 정서적으로 얼마나 해로운지를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입니다. 한국에서는 다들 그렇게 한다는 것이지요”
멀리 한국에 있는 부모 대신 아이의 부모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 본인.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자신감이 없는 경우 아이가 적응을 못해서 곤란을 겪는다.
다음 문제가 되는 것은 이곳 자녀들이 겪는 소외감. 조기유학생을 맡고 나면 “부모 떨어져 온 아이가 가엾어서” “이곳 생활이 낯서니까” “남의 자식이니 조심스러워서” 특별 히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10대 남매를 둔 주부 B씨도 그런 경우.
“시누이의 아이를 맡았는데 어느 날 아들이 반발을 하는 거예요. ‘엄마는 나보다 사촌에게 더 잘해준다’는 것이지요. 사춘기까지 겹쳐서 아들이 반항을 하기 시작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친척·친지의 아이를 맡아 잘 교육시킨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친척·친지는 자녀에게 미국 교육을 시켜서 좋고, 아이를 맡은 이곳의 한인 가정은 수고비 겸 하숙비를 받아 경제적 보탬이 되어서 좋은 윈윈 케이스들이 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부모 슬하에서 건강하게 자랄 아이의 행복권 보다 앞선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영어가 뭐길래 이 난리들일까. <권정희 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