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완준 간담췌외과 교수가 간 이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간경화가 일어나면 간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간경화가 진행될수록 결국 병든 간을 바꾸는 간이식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식을 미루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4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완준 간담췌외과 교수는 “여러 방법을 거친 후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서 간이식을 시도하면 환자의 몸 상태가 나빠져 있어 예후도 좋지 않다”며 “간경화 중증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CTP 점수가 가장 낮은 C등급이 돼서야 이식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그보다 앞선 시기에 수술을 받으면 이식 효과가 더 좋다”고 안타까워했다. CTP 점수는 간경화의 진행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다. A등급은 경증, B등급은 중등도, C등급은 중증 간경화를 뜻한다.
김 교수는 “간이식은 ‘잘 떼는 것’과 ‘잘 붙이는 것’ 모두 쉽지 않은 고난도 수술”이라며“최근에는 이식받는 환자뿐 아니라 간을 주는 공여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복강경과 로봇수술 같은 최소침습 수술법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여자 수술을 로봇으로 하는 국내 의사는 김 교수를 포함해 5명 안팎에 그친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간이식까지 가기 전에 주로 어떤 병을 앓습니까.“과거에는 간이식 받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B형 간염으로 생긴 간경화를 앓았습니다. 하지만 국가예방접종과 항바이러스 치료가 발전하면서 지금은 그 비율이 25% 수준으로 크게 줄었어요. 대신 알코올성 간질환과 대사증후군에 따른 지방간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알코올성 간경화가 처음으로 간이식 원인 질환 1위를 차지했어요.”
-수술이 걱정돼 간이식을 미루는 환자가 적지 않나 봅니다.“불판에 구운 고기를 다시 생고기로 만들 수는 없잖아요. 간경화가 딱 그런 상태예요. 간경화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은 병든 간을 통째로 교체하는 간이식뿐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피를 토하거나, 복수가 심하게 차고, 간성 혼수로 의식이 흐려지는 등의 중증 합병증이 나타난 뒤에야 마지막 방법으로 이식을 고려합니다. 그렇게 환자 체력이 고갈되고 여러 장기가 약해진 상태에서 수술을 받으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럼 이식을 언제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까.“CTP 점수가 C등급으로 진행되기 전에 간이식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간이식을 다른 치료가 모두 실패한 뒤의 최후 수단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간경화가 상당히 진행됐거나 향후 악화가 예상되는 시점이라면 너무 늦기 전에 이식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환자가 비교적 건강한 상태에서 계획적으로 수술을 받으려면 공여자의 간 일부를 받는 생체 간이식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우리나라는 생체 간이식 비중(50% 안팎)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입니다.”
-공여자의 수술 부담을 줄이는 게 중요할 듯합니다.
“간 오른쪽이나 왼쪽을 절제하는 공여자 수술은 일반 암 수술과 비교해도 손에 꼽힐 정도로 큰 수술입니다. 보통 4~6시간 걸릴 만큼 난도도 높아요. 기존의 개복 수술은 절개 부위가 커 통증이 심하고 회복 기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복부에 작은 구멍 4~6개 정도만 내고 진행합니다. 흉터가 작고 통증이 적어 공여자가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공여자에게는 어떤 측면에서 로봇수술이 유리합니까.“이식은 간을 잘 떼어내는 것과 수혜자에게 잘 연결하는 것, 두 가지 기술이 모두 중요합니다. 간을 잘 떼어낸다는 것은 수술 중 출혈을 철저히 통제해 공여자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혜자에게 이식하기 좋은 형태로 손상 없이 절제하는 것을 의미해요. 로봇수술은 고배율 영상이 제공되기 때문에 복잡하게 얽힌 혈관 구조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로봇 팔이 유연하게 움직여 사람 손의 미세한 떨림을 보정하는 덕분에 정교한 절제가 가능해요.”
-일부를 떼낸 뒤에도 공여자 간이 정상 기능을 회복합니까.“간은 인체에서 재생 능력이 가장 뛰어난 장기입니다. 수술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간기능 수치를 포함한 혈액검사 결과가 대부분 정상 범위로 돌아와요. 이후 3~6개월 정도 지나면 남은 간이 재생돼 원래 간 용적의 약 85~95% 수준까지 회복됩니다. 공여자들에게 수술 후 상태를 물어보면 보통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체력이나 식습관, 업무 능력 등 대부분의 생활이 수술 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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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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